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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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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1-07 22:27:58 수정 : 2014-01-07 23: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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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기자 시절인 1997년 가톨릭 서울대교구장 김수환(1922∼2009) 추기경이 퇴임한다는 단독기사를 보고하자 데스크가 혼을 냈다. 종신직인 추기경이 무슨 사표를 내느냐는 것이었다. 추기경은 종신명예직이지만 행정직인 교구장은 75세가 정년이라 임명권자인 교황에게 의무적으로 사의를 표해야 한다. 지면에 반영되기까진 한참 걸렸다. 당시만 해도 김 추기경이 한국인으로서 처음이자 유일한 존재라 추기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노기남(1902∼1984) 대주교가 한국천주교회 최고 어른일 땐 국회부의장이 ‘樞機卿(추기경)’을 ‘구기경’으로 발음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만간 정진석(1931∼) 추기경에 이어 세 번째 한국인 추기경이 나올 모양이다. 8월 대전·충남에서 열리는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참석도 거론된다. 1984년 한국천주교 200주년 기념과 1989년 제44차 세계성체대회 참가차 방한한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처음이다.

현재 199명인 추기경 임면은 순전히 교황 몫이다. 교황이 마음먹으면 평신부를 주교로 임명한 다음 곧 추기경으로 서임할 수도 있다. 김 추기경도 서임 당시 47세로 주교단 막내였다. 따라서 누가 추기경이 될지 예단하는 건 금물이다. 교황은 최근 자신의 뜻과 달리 낙태와 동성결혼에 공개적으로 반대해온 미국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을 교황청 추기경단에서 해임했다. ‘추기경은 종신직’이라는 표현도 조심스럽다.

지난해 정 추기경은 교황을 뽑는 비밀선거인 콘클라베에 참석하지 못했다. 80세가 넘으면 선거권·피선거권을 잃기 때문이다. 교황청에 내는 납부금 규모 세계 8∼9위, 500만명 가까운 신자 수에 비추어 한국가톨릭이 홀대를 받은 셈이다. 아시아에선 가톨릭이 국교인 필리핀은 물론 우리나라 교세에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일본도 한때 추기경이 3명이었다. 이탈리아는 41명, 미국 17명, 스페인 10명, 브라질 8명, 인도 6명, 캐나다는 3명이다.

선교사 없이 스스로 전도한 유일한 나라로 평가받는 한국가톨릭도 이젠 국제적으로 당당히 평가받을 때가 됐다. 103위의 순교 성인(聖人)도 있다. 이 중 93위가 한국인이다. 1969년 서임된 김 추기경은 선종 직전까지 세계 최고령이자 최장 재임 추기경으로서 명성이 높았다. 2005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즉위미사 땐 공동 집전도 했다. 복수 추기경 시대와 함께 한국인 교황 탄생도 기대해본다.

조정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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