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누리꾼이 어떤 드라마를 향해 내뱉은 촌철살인의 한마디. 이 말은 바로 매주 금요일 밤 11시대 시청률 7∼8%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다툴 정도로 충성도 높은 시청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KBS2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하 ‘사랑과 전쟁’)을 가리키는 것이다. 1999년 시즌 1이 처음 방영된 이후 2009년 4월 479회로 막을 내렸다가 2011년 부활한 ‘사랑과 전쟁’ 시즌 2가 17일 방송으로 100회째를 맞이한다.
부부들의 모든 문제와 실제 사연을 재구성해 드라마로 보여주는 ‘사랑과 전쟁’은 ‘막장’ 드라마의 대명사라 불렸다. 고부갈등, 불륜, ‘출생의 비밀’은 물론 씨받이, 성전환 등 40∼50회 분량의 주말연속극에서도 다루기 벅찬 독한 사연과 갈등들을 불과 1시간여에 걸쳐 압축적으로 보여주다 보니 인물들은 비정상적으로 그려지고 극의 개연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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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전쟁’ 시즌 2의 방송 장면. 17일 ‘사랑과 전쟁’ 시즌 2는 100회 특집을 맞아 세 며느리의 갈등을 다룬 ‘며느리 열전’편을 방송한다. KBS 제공 |
‘사랑과 전쟁’ 제작진도 프로그램을 단순히 ‘막장’ 드라마로만 볼 것이 아니라 ‘성인 대상의 교육적 기능’을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100회 특집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박기현 PD는 ‘사랑과 전쟁’에 대해 “극중 못된 시어머니나 바람난 남편을 보면서 반면교사로 삼고, 구박받는 며느리를 보면서 역지사지할 수 있는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오랜 기간 못된 시어머니 역할을 도맡아 연기해 얼굴을 알린 연기자 서권순씨는 “‘사랑과 전쟁’을 성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여기고 연기한다”며 “다른 드라마와 달리 책임감까지 느낀다”고 했다.
이렇게 드라마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적은 제작비로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해온 ‘사랑과 전쟁’은 KBS의 효자 프로그램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프로그램으로는 ‘드라마’로 분류되지만 제작은 ‘예능국’이 맡고 있는 모호한 지위 때문에 방송국 내에서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사랑과 전쟁’ 시즌 2에 출연 중인 연기자 최영완씨는 “지난 연말 연예대상과 연기대상 어느 곳에서도 초대받지 못했다”며 “제작진과 출연진의 노고를 제대로 인정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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