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둘째가라면 서러운 킹카 태평(김남희). 종횡무진 대학가를 누비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그에게도 피해갈 수 없는 시련이 있었으니, ‘국가의 부름’이었다. 입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친은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고, 고된 군 생활로 가슴앓이가 무뎌질 무렵 다시 세상에 던져졌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해 세일즈맨이 되었지만, 꿈도 희망도 사라진 뒤다. 그저 매일 되풀이되는 직장 상사의 갈굼과 망가져가는 몸뚱아리뿐. 그러던 중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결혼 따윈 아직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여친이 임신을 했다니. 그렇게 태평의 인생이 무너져 내렸다. 이룬 것 없고, 보잘것없이 초라한 현실에 절망한 태평은 그러나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잊고 있던 청춘, 그 시절을 되찾으려 한다.

‘청춘예찬’은 결코 녹록지 않은 이런 반평생의 과정들을 가감없는 시선으로 유쾌하게 풀어낸다. 1990년대 초·중반 학창시절을 보낸 ‘X세대’들, 3040세대가 공감할 만한 다양한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95학번 88만원 세대들이라면 카투사로 복무한 주변의 동료나 친구들을 흔히 찾아 볼 수 있고, 최근 한국 여성들의 배우자에 대한 경제력 기준이 높아지면서 동남아 여성들과 다문화 가정을 꾸린 남자들이 하나둘 늘어난 데다 해외에서 따 온 학위로 한국사회에서 과대평가를 받으며 어울리지 않는 위치를 차지한 ‘있는 집’ 출신의 동기들도 있다.
그리고 흔하디흔한 ‘없는 집’에서 자란 일꾼들도 존재한다. 이들이 여기저기서 한국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다. 영화는 주변에서 쉽게 보는 이런 인물들을 골고루 배치해 직설적인 화법으로 객석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이 영화가 주목받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섹스와 발기부전, 성욕에 대한 성인들의 고민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점이다. 20대에는 마냥 좋았던 섹스, 생각해 본 적도 없었던 발기부전. ‘청춘예찬’은 20대에서 30대를 거쳐 40대 중년에 이르면 느끼게 되는 성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준다.

600대 1의 공개오디션을 뚫고 주연을 차지한 10년 경력의 배우 김남희의 재발견이 반갑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세계섹션>세계섹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