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와 관련해 정신의학과 전문의들은 “아버지 덕분에 최고 자리에 올랐다는 열등감과 누군가 자신을 제거할지 모른다는 공포와 두려움을 정반대로 표출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개인적인 감정으로 고모부를 잔인하게 죽였다면 반사회적 인격장애인 ‘사이코패스’지만, 북한 내부의 반대세력을 숙청하려는 공포 정치의 일환이라면 이로 인해 내면의 불안함을 반대로 표출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후자의 경우 김정은은 ‘자기애가 강한 과민한 성격’으로 추측된다. 이화의료원 김수인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반적인 자기애는 자신을 과시하며 으스대는 양상을 보이지만 이보다 지나친 과민형은 남의 시선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쉽게 상처받는다”며 “조금만 자존심을 건드려도 크게 분노하고 공격적 성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의 성장배경은 이런 설명을 뒷받침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세 번째 아들인 김정은은 아버지의 세 번째 부인인 고영희에게서 태어났다. 김일성 주석의 빨치산 동지인 김정숙의 적자로 ‘백두혈통’을 자랑했던 아버지와 달리, 김정은은 재일동포 출신 어머니의 이력을 세탁하는 데 주력했다. 세 번째 아들이라는 불리한 위치와 어린 나이에 최고 자리에 오른 부담감도 콤플렉스를 자극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버지·할아버지의 외모와 행동을 따라하는 ‘동일시’도 정신의학에선 열등감의 이면으로 본다.
김정일·김정은 부자에게서 ‘양극성 장애’가 나타난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극성 장애’는 기분이 들뜨다가 갑자기 가라앉는 감정 기복이 심한 질환으로, 조울증으로도 불린다.
서울아산병원 홍진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한동안 은둔하면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다시 활달·명랑한 태도로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지도자에게 양극성 장애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유형들은 성격을 포장하기 때문에 두려움을 공격성으로 표출하는 등 실제 감정을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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