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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에 떠나간 ‘남천’… 사군자로 다시 만나보다

입력 : 2013-12-03 21:20:23 수정 : 2013-12-03 21: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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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예술을 사랑한 작가… 송수남 화백 유작전 1980년대 수묵화 운동을 주도하며 한국화단을 풍성하게 했던 남천 송수남(1939∼2013) 화백이 지난 6월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75세로 별세한 그는 자신의 장례식장에 “화사한 복장으로 꽃을 들고 오시라”고 했을 만큼 예술을 사랑한 작가였다.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교수직을 퇴직하고는 화려한 꽃 그림으로 자유분방한 자신의 예술세계를 유감없이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원래 대학 3학년까지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에 다녔다. 4학년 때 전공을 동양화로 바꾼 그는 단순하지만 간결하고 깊이 있는 수묵화를 그렸다. 평소 그는 “한국 사람은 한국의 것을 그려야 한다”는 말을 자주했다. 수묵화는 우리의 전통적인 문화라는 생각을 가지고 자신의 예술세계를 전개해 나간 것이다.

2000년대에 주로 발표했던 화사한 꽃 그림에 대해 일각에서는 “웬 외도인가?”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생전에 그는 “원래부터 수채화를 그렸던 사람이라 채색에도 감각이 있었어요. 나이를 먹으니 꽃이 좋아지더라고요. 꽃은 사람을 즐겁게 하고 행복하게 만들잖아요. 사람도 변하고 이념도 변하지만 자연은 그대로라는 생각도 했고요. 게다가 수묵화는 수도승 같은 절제를 필요로 하지만, 아크릴이나 유화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우니 더 즐거운 마음이 들었어요”라며 담담히 화답했다.

그는 입버릇처럼 다시 수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되뇌었다. 아무래도 채색은 즐거움은 있지만 수묵보다는 깊이가 얕다고 했다. 보다 자극적인 시각요소에 물든 사회적 분위기가 그로 하여금 꽃 그림을 그리게 만든 것이다.

이런 심정을 반영하듯 그는 꽃 그림을 그리는 시기에도 사군자 그림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작업실을 방문한 노화랑 노승진 대표에게 사군자 그림을 들켜버렸다. 즉석에서 전시가 기획됐고 결국엔 유작전이 됐다. 4∼18일 노화랑에서 열리는 ‘송수남 4군자’전은 그렇게 성사됐다.

매화
난초
사군자란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를 인격화한 명칭이다. 이들 식물이 갖는 성정을 이상적 선비의 덕목으로 적용한 데서 유래되었다. 매운 계절에 홀로 피어 그 향기를 밖으로까지 보낸다는 매화, 심산 유곡에 숨어 속진을 벗어나 고결함을 지킨다는 난초, 깊어가는 가을 날 백화가 지고 없을 때 차가운 서리를 받으며 당당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는 국화, 휘어지나 꺾이지 않는 사철 푸름을 유지하는 저 당당한 자태와 운치의 대나무는 감히 세속을 벗어나 고결한 삶과 정신세계를 보여준다. 시대는 변해도 현대인의 정신적 지향점으로 여전히 유효하다.

남천은 꽃그림을 그리고 발표하면서도 자신의 예술고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군자 그리는 일을 등한시하지 않았다. 마음을 안정시킬 때, 혹은 여유로운 마음을 그림으로 드러내고자 할 때, 사군자를 늘 그렸다. 특별한 그림을 그린다는 의식보다는 매일 자신을 수양하는 자세로 국화와 대나무 그리고 난초와 매화를 그렸던 것이다.

국화
대나무
남천의 사군자는 대개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군자의 격식에서조차 벗어나려 했다. 그저 평안함을 주면 그만이었다. 흔히 생각하는 고고한 품격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로웠다.

붓 가는 대로, 붉은색을 사용해서 그린 국화는 파란 가을 하늘과 맞닿아 가을이 갖고 온 쓸쓸함을 덜어 준다. 검고 쭉쭉 뻗은 대나무 잎은 힘이 넘쳐 한여름의 무더위도 날릴 것 같다. 작은 괴석 옆에 수줍게 핀 난은 제 잘난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지 잎을 위로만 세우고 있다. 남천의 생전 모습과 성격을 많이 닮았다. 소탈하고 격의없는 그의 웃음이 그대로 사군자에 녹아들어 보는 이들에게도 편안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갖게 한다. 남천이 그리워지는 이유다. (02)732-3558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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