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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 지음/민음사/1만9500원 |
지식인들이 강신주를 철학자 반열에 올려놓는다. 그럴듯한 철학이론을 내놓은 이가 아닌데도 철학자로 대우받는다. 난해한 철학적 용어나 이론들을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풀이해주는 철학 선생인 까닭이다. 과거 족적을 남긴 철학자들은 인류에게 등불을 밝혀준 위대한 선각자들이었다. 이들의 생각을 당대 일반인이 수용하기에는 너무 어려웠다. 세간에선 ‘또라이’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그들이 훗날 세인들의 존경과 흠모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강신주는 현 시대와 과거 선각자들을 보다 쉽게 연결하는 데 일조하고 있는 편안한 철학자이다. 이보다 더 쉽게 전달해주는 철학선생이 또 있을까.
신간 ‘강신주의 감정수업’은 그 연장선의 저서로 꼽을 수 있다. 강신주의 엄청난 독서 능력과 해박한 인문학적 지식은 늦가을 밤 독서 욕구를 채워줄 만하다. 강신주는 우선 스피노자의 이성 감정을 풀이해본다.
이성과 감성, 인간은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이뤄야 온전한 삶을 이룰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감정을 억누르며 살 수밖에 없다. 교회라는 이성이 절대 위치를 차지하는 절대 왕정 사회에서 인간을 이해하는 데, 감정이 중요한 키워드임을 일깨웠던 ‘혁명적인’ 철학자가 있었다. 17세기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유대인 교회에서 파문당한 스피노자였다. 스피노자는 걸작 ‘에티카’에서 인간의 감정을 크게 48가지로 분류한다. 인간의 감정을 이토록 세분한 이는 없었다. ‘에티카’는 철학사에서 많은 논란과 동시에 흠모의 대상이었다. 이성 중심의 서양 철학 전통에서 ‘감정의 철학’이라는 혁명적인 이론을 펼친다. 강신주는 이 스피노자의 감정을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세심하게 설명해 준다.
강신주는 또한 영화로도 만들어진 ‘위대한 개츠비’를 소개한다. 강신주는 순수한 열정으로 데이지를 사랑하는 개츠비의 꿈에 숨어 있는 ‘탐욕’을 읽어낸다. “결국 개츠비의 사랑도 탐욕에서 출발했던 셈이다. 그러니 진정으로 위대한 것은 개츠비, 데이지, 그리고 톰을 가로지르고 있는 ‘탐욕’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는 ‘대담함’을 사랑과 관련시킨다. 주인공 윈스턴과 줄리아는 당국이 그토록 금지하는 사랑을 감행함으로써 빅브라더에 맞서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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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는 자신의 책 ‘감정수업’에서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서 개츠비의 사랑이 탐욕에서 출발했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한 장면. |
“철학을 통해 철학적 사유에 적응하는 순간, 누구든지 사회학·정치학·문학·공연예술 등 다양한 텍스트가 전제하는 사유 논리를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해독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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