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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하고 외로운 잉여청춘들 자화상

입력 : 2013-11-21 22:16:44 수정 : 2013-11-22 15: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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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투기’
“너 여기서 뭐 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너 뭐 하고 싶은 건 있어?”

영화 ‘잉투기’(감독 엄태화·사진 ) 속 태식(엄태구)은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이들을 속칭 ‘잉여’라 부른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아이디 ‘칡콩팥’으로 활동하는 태식은 온라인에서 시비가 붙은 ‘젖존슨’에게 속아 ‘현피’(실제로 만나 싸움을 벌이는 것)를 당한다.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모습을 담은 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가고 태식은 ‘젖존슨’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친구 희준(권율)과 함께 종합격투기를 배우기 위해 찾은 체육관에서 태식은 인터넷방송으로 ‘먹방’(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을 하는 고등학생 영자(류혜영)를 만난다. 셋은 잠적한 ‘젖존슨’을 찾아다니면서 ‘잉투기’를 준비한다. ‘잉투기’는 ‘잉여들의 싸움’이라는 뜻과 함께 현재진행형 ‘ing’와 싸움을 붙인 ‘우리는 아직 싸우는 중’이라는 뜻이다.

‘잉투기’는 ‘잉여’ 문화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현피’, ‘먹방’, ‘바츠해방전쟁’ 등. 일반인들에게는 조금 낯선 용어들이 영화 곳곳에 배치돼 있다. 단순히 웃음을 주기 위한 장식이 아니다. 오늘날 젊은 세대를 이해하는 핵심어다. 본인만 ‘심각하지 다들 ×× 비웃는’ 것, 그것이 바로 ‘잉여’ 문화다.

영화 속 ‘잉여’들에겐 모두 각자의 사연이 있다. 태식은 엄마에게 “같은 집에 산다고 같이 사는 건 아닌 거 같은데”라며 외로움을 털어놓는다. 영자는 부모 없이 혼자 산다. 희준은 좋은 ‘스펙’을 지녔지만 자존감이 없다. ‘젖존슨’은 다른 사람에게 이용당하다 우울증을 앓는다.

그렇다고 영화가 이들의 사연에 매몰되는 건 아니다. 영화 속 인물들에 대한 동정이나 연민은 최대한 아낀다. ‘잉여’들은 막바지에 이르러서도 ‘잉여’다운 방식으로 청춘을 폭발시킨다.

‘잉여’ 문화는 왜 탄생한 걸까. 영화는 그 답을 단정적으로 늘어놓진 않는다. 단지 무심히 내뱉는 대사 몇 줄이 귀에 걸린다. 그중 하나. 태식의 엄마는 코스타리카로 이민을 가자며 아들에게 말한다.

“코스타리카에선 택시기사들도 모두 행복하대. 이제 상위 1%를 위한 한국 사회에선 더 못 살겠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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