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시험기관끼리 자료 오가… 인증내용 직접 조작하기 쉬워 국산 무기와 군용장비 부품, 군납 식품류 등에 대한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해 불량 제품을 정부에 납품한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번에 적발된 불량 부품 중에는 1조30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해 최근 전력화에 성공한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KUH-1) 부품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원자력발전소와 고속철도(KTX)의 부정부품 납품사건에 이어 군에도 기준 이하의 군용 장비 부품들이 공급되면서 군수품 품질관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품원 관계자는 “군수품 시험분석은 공인시험기관이나 특수 시험기관에 의뢰하거나 업체시험시설을 이용하는 세 가지로 나뉜다”며 “이번에 적발된 125건의 위·변조는 모두 공인시험기관 의뢰에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기품원은 핵심 군수품에 대해서는 직접 품질관리를 하지만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비핵심 품목에 대해서는 계약업체에 위임해 공인시험기관이 발행한 시험성적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공인시험기관에 의한 시험분석은 의뢰업체와 시험기관 사이에만 품목 분석자료가 오가기 때문에 업체가 시험성적서상의 기재내용을 직접 조작해 기품원에 제출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실정이다. 더욱이 이번 조사가 최근 3년 기간으로 한정돼 조사기간 이전에 이뤄진 위·변조 행위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방위사업청은 군납업체가 위·변조 시험성적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기품원 직원들의 과실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위·변조 내용으로는 공인기관이 발행한 시험성적서의 일부 항목을 변조해 공인기관이 발급한 것처럼 성적서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과거에 발행한 성적서의 날짜를 조작하는 등의 부정행위가 주를 이뤘다.
반면 업체시험시설을 이용한 검사에는 기품원 직원이 직접 참여하고, 특수 시험기관 의뢰는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군시설 안에서 이뤄져 상대적으로 위변조의 가능성이 낮다.
최창곤 기품원장은 “이번 위·변조 사례는 품질관리 위임 품목에서 발생한 것으로 제도상의 허점을 악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위·변조 품목들은 심각한 정도는 아니며, 지금까지 이로 인한 장비가동 중단이나 운용 간 불만 제기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품원은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한 납품 및 주계약업체에 대해 입찰참여 제한 등의 제제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여름 전국민을 전력난의 고통에 몰아넣었던 원전비리 역시 사소한 부품에 대한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한 사건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 원장은 “내구도와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군과 협조해 장비 운용에 차질이 없도록 전량 리콜해 정상품으로 교체하고 해당 업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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