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부터 이 마을에 변화가 일어났다.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3.3㎡에 2만∼3만원 하던 논은 50∼100배정도 값이 뛰었고, 마을주민들의 소득도 증가했다.
마을이 관광객으로 북적이기 시작한 건 ‘다랭이’가 알려지면서다. 다랭이는 비탈에 만든 계단식 논 다랑이의 사투리다. 해안선에서 설흘산(488m) 7부 능선까지 층층이 들어선 절경은 아찔하기까지 하다. 해안산책로를 걸으면 금빛 다랑이논과 기암절벽, 한려수도 청정해역의 푸른바다가 내려다보인다. 이러한 절경을 보려고 매년 30만명의 관광객이 마을을 찾는다. 주민들이 한 뼘 땅이라도 더 갈아보려고 석축을 쌓고 고랑을 일군 다랭이가 훌륭한 문화관광유산이 된 것이다. 2005년에는 국가지정명승 제15호로 지정돼 마을의 ‘보물’이 됐다. 홈페이지(darangyi.go2vil.org)도 만들어 민박집과 체험프로그램을 안내하고, 마을에서 생산되는 쌀, 시금치, 마늘, 전복 등을 판매하고 있다. 다랭이마을은 이제 ‘남해’하면 떠오르는 관광명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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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0만여명의 관광객이 찾는 경남 남해군 가천 다랭이마을. 남해군 제공 |
8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3년 244만회이던 농촌관광 경험횟수는 지난해 595만회로 2.5배정도 늘었다. 국내여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1.8%에 불과하던 것이 2012년 4.2%로 높아졌다. 시장규모도 2011년 2884억원에서 2012년 2953억원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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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군 지족해협의 전통어구인 죽방렴. 남해군 제공 |
제주 돌담밭은 밭 주변에 검은색 현무암으로 얼기설기 쌓아놓은 돌담을 말한다. 농작물을 심으려고 땅을 일구면서 생긴 돌을 쌓아 만든 것이다. 거무튀튀한 현무암으로 쌓아올린 밭담이 용처럼 꾸불꾸불하게 이어졌기 때문에 ‘흑룡만리(黑龍萬里)’로 불리기도 한다. 제주 올레코스를 오가는 탐방객들은 끊어질 듯 이어지는 제주 돌담밭을 보고 ‘제주다운 풍경과 색’이라며 탄성을 자아낸다.
보성 녹차밭은 미국 CNN이 선정한 ‘세계의 놀라운 풍경 31선’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관광지 중 유일하게 포함됐다. 보성군의 녹차재배면적은 지난해 기준 10.63㎢. 전국 녹차재배면적의 34%에 달한다. 매년 5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녹차밭을 보기 위해 찾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이름 없고, 특색 없고, 사람이 없어 ‘3무(無) 마을’로 불리던 충남 청양군 정산면 천장리는 연간 20만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맑고 깨끗한 공기와 물을 자산 삼아 도시민을 위한 힐링캠프로 변모시킨 때문이다.
마을사람들은 2007년부터 새 것을 버리고 옛 것을 되살리는 역주행을 시작했다. 마을 맞은편 계곡에 110종류의 박 수만개가 제각각의 모양새와 색을 뽐내는 2.4km 길이의 조롱박 숲을 조성했다. 소달구지와 꽃마차를 타고 터널을 빠져나와 마을에 이르면 박으로 만든 탕수와 박잎전, 박칼국수와 박깍두기 등 평소 맛보기 힘든 음식들이 관광객을 맞이한다.주민들의 주머니는 두둑해졌다. 음식판매와 입장료, 박공예품을 판매해 연평균 250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알프스마을운영위원회 황준환 위원장은 “이 마을 주민들이 소유한 땅은 산이 204ha, 논밭은 36ha 등 240ha에 불과해 농사로는 먹고살기 힘들었다”며 “외양간에 묶여있는 소를 축제장으로 끌어내는 등 마을 구석구석 돈이 될 자원을 찾아 나서고 관광객들이 숙박하면서 먹고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 성공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유학열 한국농어촌유산학회 이사는 “다랭이논 농사나 죽방렴 멸치잡이도 도시민들에게는 특별한 농어촌체험이 될 수 있다”면서 “옛것을 그대로 보존하는 방법으로 농어촌 관광상품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이보람 기자·전국종합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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