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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연못까지 빨갛게 물들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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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박달재·배론성지·의림지 늦가을 풍경 제천의 여행지는 남쪽의 청풍호와 월악산, 북쪽의 박달재와 의림지 일대 등 크게 4개 권역으로 나뉘게 된다. 지금은 청풍호반이 각광받고 있지만, 충주댐 건설 전 제천의 으뜸 명소는 박달재와 의림지였다. 수십년 전만 해도 험지의 대명사였던 박달재는 ‘울고 넘는 박달재’라는 대중가요의 배경무대이기도 하다. 또 의림지는 삼한시대에 축조된 저수지로, 초등학교 때부터 교과서에 소개된다. 내에 제방을 쌓았다는 뜻을 지닌 제천(堤川)이라는 지명도 의림지에서 따왔다. 이런 이유로 두 곳 모두 너무 익숙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여행지의 주요 덕목인 낯섬과 설렘이 반감되는 불이익을 겪지 않았나 싶다.

해발고도 453m인 박달재는 제천시 봉양읍과 백운면을 갈라놓은 험준한 고개로, 가파른 길이 굽이굽이 이어진다. 예전에 제천과 충주를 잇는 유일한 길이었던 박달재, 원래 이름은 이등령이었다. 이후 조선시대 경상도의 젊은 선비 박달 도령과 백운면에 살던 금봉 낭자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며 박달재로 불리게 됐다. 박달재 고갯마루에는 박달 도령과 금봉 낭자를 기리는 조각품이 전시돼 있다. 그 주변은 온통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어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박달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그 풍경이 마치 붉은 물감을 풀어놓은 커다란 화폭을 연상시킨다.

느티나무 속에 손으로 새긴 박달재의 오백나한상.
박달재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볼거리가 숨어 있다. 고개 바로 아래 자리한 오백나한상과 목굴암이다. 오백나한상은 장대한 느티나무 안쪽에 오백인의 불교 수행자를 하나하나 손으로 깎아 만들었다. 목굴암 역시 천년 된 느티나무 속을 긁어내 1인 암자를 만들어 놓았다. 박달재 입구에서 고갯마루까지 오를 때 왼편 건너편 주론산(903m) 중턱에 그림처럼 숨어 있는 경은사라는 작은 절도 놓치지 않고 눈에 담고 가는 게 좋겠다.

박달재에서 멀지 않은 배론성지는 최고의 단풍 명소다. 배론 성지는 1801년 신유박해 때 숨어 들어온 천주교 신자들의 은둔지. 마을이 위치한 산골짜기의 지형이 배 밑바닥 모양을 닮아 주론(舟論)으로 불리다 언제부턴가 배론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성요셉 신학교 앞의 작은 연못은 배론성지에서도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선홍빛 단풍 그림자가 드리운 연못도 붉게 물들어 있다.
배론성지 입구에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가로수가 줄지어 서 있고, 그 아래에는 떨어진 은행잎이 카펫처럼 두툼하게 깔려 있다. 배론성지에서도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신학교였던 성요셉 신학교 앞의 작은 연못. 이 주변 단풍은 유난히 붉고 화려하다. 연못의 맑은 수면에는 선홍빛 단풍이 데칼코마니처럼 그대로 비치고 있다.

‘황사영 순교 현양탑’ 주위의 단풍도 자태가 빼어나다. ‘황사영 백서 사건’으로 유명한 황사영은 현양탑 옆 토굴에서 베이징 주교에게 조선 천주교 박해의 실상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 백서를 작성한다. 다산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의 조카사위였던 황사영은 이 사건으로 순교한다.

리솜 포레스트 리조트의 스파.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저수지 중 한 곳인 의림지는 국가명승 제20호다. 충청도의 별칭인 ‘호서(湖西)’라는 말도 바로 이 저수지의 서쪽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풍광으로만 보면 다른 곳보다 특별히 빼어난 게 없지만, 그 역사성을 감안하면 한 번은 가봐야 할 곳이다.

현재 의림지는 수리시설보다는 휴식·놀이공간으로 더 유용하다. 영호정·경호루라는 두 정자가 서 있고, 제방과 호수 주변에 노송과 수양버들이 빼곡하다. 소풍 나온 유치원생들이 뛰어놀고,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은 오리 배에 올라탄다. 한쪽 호수 위에는 나무데크를 연결해 산책로를 꾸며 놓았다. 시민들은 나무 데크를 따라 호수 위를 걷고, 그 아래 호수에는 청둥오리가 따스한 가을햇볕을 즐기며 평화롭게 노닐고 있다.

제천=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여행정보(지역번호:043)=박달재 부근에는 별장형 리조트인 ‘리솜 포레스트’(www.resom.co.kr)가 자리하고 있다. 주론산의 500∼700m고지 울창한 숲속에 자리한 리솜 포레스트 리조트는 자연친화형 건축을 자랑한다. 건물을 지으며 소나무와 바위 등 원래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살리려고 애썼다. 단독주택형의 빌라 200실이 있는데, 모두 3층을 넘지 않아 건물이 숲속에 파묻혀 있는 듯한 느낌도 준다. 이즈음 빌라 주변 숲은 단풍으로 물들어 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리조트 주변 주론산의 오솔길을 걸으며 명상을 하거나, 어두운 밤에 달빛·별빛과 함께 숲 속을 걷는다. 올해 초에는 노천 스파를 갖춘 ‘해브나인 힐링스파’를 개장했다. 이 스파에서는 건너편 박달재를 바라보며 노천욕을 즐길 수 있다. 스파는 숙박객이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다. 30여종의 프로그램을 갖춘 스파 이용료는 어른 4만8000원, 어린이 3만6000원.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박달재 쪽이 목적지이면 제천나들목에서, 청풍호 일대를 여행하려면 남제천 나들목에서 빠져나오는 게 낫다. 청풍호 관광 모노레일(www.cpairpark.co.kr/642-3326) 왕복요금은 8000원. ‘사과나무’(645-8700)는 사과즙을 갈아넣은 순두부전골을 내놓은데, 맛이 깔끔하고 담백하다. ‘황금가든’(647-6303)은 황금색 울금이 들어간 황금떡갈비로 유명하다. 제천시청 문화관광과 641-6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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