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들어 벌써 세번째 도난, 조경수 인기끌며 밀반출 빈발
사건 넉달 넘도록 수사 제자리… 주민들 “경찰 해결 의지 의심” “조상대대로 내려온 산수유 나무를 찾아주세요.”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 사는 류모씨는 지난 9월 자신의 밭에서 1억원을 호가하는 500년 된 산수유 나무 2그루가 없어진 것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6일 밝혔다. 류씨는 경찰조사에서 “집안의 가보인 산수유 나무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며 산수유 나무를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구례경찰서는 류씨의 신고를 받고 수사를 벌여 지난 5월 류씨 밭과 맞닿은 밭에서 산수유 나무 반출 작업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4월 이 밭을 매입한 강모(48)씨는 이때부터 산수유 다섯 그루를 외부로 반출하기 위해 굴삭기를 동원해 나무를 파는 굴취작업과 나무를 차에 싣는 상차 작업을 했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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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모씨가 절도당한 자신의 나무와 수령이 비슷한 산수유 나무 옆에서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
류씨처럼 산동면의 수백년 된 산수유 나무가 하룻밤 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지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류씨의 마을에서 올해만 벌써 3차례 수백년 된 산수유 나무가 사라졌지만 경찰은 이들 나무의 행방조차 알지 못해 경찰의 수사의지를 의심케하고 있다. 류씨는 산수유 나무만 훔쳐가는 전문 절도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류씨는 자신의 산수유 나무가 사라지기 한두 달 전에 나무를 사가고 싶다며 브로커가 개입해 가격 흥정까지 했는데 거절했다며 “브로커가 낀 절도단이 산수유 나무를 매입하지 못하자 고의로 절도해 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수유 나무는 모양이 화려하고 남도지역에서 봄철 가장 먼저 꽃을 피워 조경수로 각광받고 있다. 이 때문에 눈독을 들이는 전문절도범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백년 된 산수유 나무의 밀반출이 잇따르자 구례군은 2011년 산수유 보호 및 육성 지원조례를 제정해 반출을 규제하고 나섰다. 나무 밑동의 근원경이 30㎝ 이상인 산수유 나무를 반출할 때는 의무적으로 군청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외지인들이 산수유 마을에 들어와 무단으로 밀반출하거나 훔쳐 타지로 유출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구례의 대표적인 관광자원이 사라지고 있다.
전국 산수유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구례 산동면은 2011년 12월 산수유 특구로 지정됐다. 구례 산동면은 중국 산둥성 처녀가 우리나라에 시집오면서 최초로 산수유 나무를 심었다고 알려진 산수유 나무의 시목 마을이다. 정부는 산수유 특구의 나무 보호와 관광활성화를 위해 매년 수백억원씩 지원하고 있다.
구례=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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