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태훈 문화부 기자 |
문제는 클래식 음악에 상당한 소양을 쌓지 않으면 연주가 멎었을 때 이게 악장이 끝난 건지, 아니면 곡 전체가 끝난 건지 알기 힘들다는 점이다. 초보자로선 언제 손뼉을 쳐야 할지 혼란스러울 법도 하다.
드물긴 하지만 연주자가 일부러 오해를 ‘유발’하기도 한다. 2012년 4월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이 그랬다. ‘한국 피아노의 대부’로 불리는 원로 피아니스트 정진우의 독주회 데뷔 60주년을 맞아 후배들이 마련한 뜻깊은 무대였다.
베버의 ‘무도회에의 권유’를 연주하던 정진우가 갑자기 건반에서 손을 떼곤 지긋이 눈을 감는다. 공연이 끝났다고 여긴 몇몇 청중이 손뼉을 치자 정진우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건반을 두드렸다. 꼭 “속았지” 하며 놀리는 얼굴이다. 이번엔 박수 대신 폭소가 터져나왔다.
악장 간에 나오는 박수를 막고자 공연장들은 다양한 방안을 궁리한다. 최근 일부 공연장은 “악장과 악장 간에 박수를 삼가 달라”던 안내방송 문구를 “박수는 연주자가 공연을 마치고 인사할 때 보내 달라”로 바꿨다. 그러니 클래식 음악 문외한도 손뼉을 언제 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냥 연주자만 뚫어져라 쳐다보면 될 일이다. 그러다 남보다 늦게 박수 대열에 합류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음악에 푹 빠져 손뼉 치는 것도 잊었다”는 애교 섞인 변명으로 ‘만회’가 가능하다.
사실 악장 간 박수가 꼭 그렇게 금기시할 일인지는 의문이다. 총 4악장으로 된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1악장 연주가 막 끝났을 때 손뼉을 치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 이는 별로 없을 게다. ‘젊은 거장’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청중이 악장과 악장 사이에 손뼉을 쳐도 상관없다”며 “그런 뜻밖의 상황까지 다 포함하는 게 공연”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건 박수 시점이 아니라 음악을 들으며 느낀 감동 그 자체가 아닐까.
김태훈 문화부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