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자 에세이] 클래식 음악회, 박수는 언제 쳐야 할까

관련이슈 기자 에세이

입력 : 2013-11-06 21:17:47 수정 : 2013-11-13 13:49:55

인쇄 메일 url 공유 - +

지난 10월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과 첼리스트 박상민이 베토벤 현악 2중주곡을 연주했다. 둘이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악기에서 활을 뗀 순간 객석 뒷자리에서 희미하게 박수가 터졌다. 앞에서 세 번째 줄에 앉아 있던 기자도 멋모르고 손뼉을 쳤다. 그런데 웬걸, 멍한 표정의 박상민이 겸연쩍은 듯 씩 웃는다. 곡이 완전히 끝난 게 아니고 한 악장에서 다음 악장으로 넘어가는 사이에 그만 박수가 나온 것이다. 졸지에 ‘무식한’ 관객이 된 기자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김태훈 문화부 기자
클래식 음악은 대개 여러 악장으로 구성된다. 악장은 독립성을 갖춘 작은 곡이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완전한 작품은 아니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은 모든 악장을 연주해 공연이 다 끝났을 때 비로소 박수를 보내는 것을 일종의 ‘불문율’로 여긴다. 대다수 공연장이 연주 시작 전 안내방송을 통해 “연주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악장과 악장 간에는 박수를 삼가 달라”고 부탁한다.

문제는 클래식 음악에 상당한 소양을 쌓지 않으면 연주가 멎었을 때 이게 악장이 끝난 건지, 아니면 곡 전체가 끝난 건지 알기 힘들다는 점이다. 초보자로선 언제 손뼉을 쳐야 할지 혼란스러울 법도 하다.

드물긴 하지만 연주자가 일부러 오해를 ‘유발’하기도 한다. 2012년 4월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이 그랬다. ‘한국 피아노의 대부’로 불리는 원로 피아니스트 정진우의 독주회 데뷔 60주년을 맞아 후배들이 마련한 뜻깊은 무대였다.

베버의 ‘무도회에의 권유’를 연주하던 정진우가 갑자기 건반에서 손을 떼곤 지긋이 눈을 감는다. 공연이 끝났다고 여긴 몇몇 청중이 손뼉을 치자 정진우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건반을 두드렸다. 꼭 “속았지” 하며 놀리는 얼굴이다. 이번엔 박수 대신 폭소가 터져나왔다.

악장 간에 나오는 박수를 막고자 공연장들은 다양한 방안을 궁리한다. 최근 일부 공연장은 “악장과 악장 간에 박수를 삼가 달라”던 안내방송 문구를 “박수는 연주자가 공연을 마치고 인사할 때 보내 달라”로 바꿨다. 그러니 클래식 음악 문외한도 손뼉을 언제 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냥 연주자만 뚫어져라 쳐다보면 될 일이다. 그러다 남보다 늦게 박수 대열에 합류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음악에 푹 빠져 손뼉 치는 것도 잊었다”는 애교 섞인 변명으로 ‘만회’가 가능하다.

사실 악장 간 박수가 꼭 그렇게 금기시할 일인지는 의문이다. 총 4악장으로 된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1악장 연주가 막 끝났을 때 손뼉을 치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 이는 별로 없을 게다. ‘젊은 거장’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청중이 악장과 악장 사이에 손뼉을 쳐도 상관없다”며 “그런 뜻밖의 상황까지 다 포함하는 게 공연”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건 박수 시점이 아니라 음악을 들으며 느낀 감동 그 자체가 아닐까.

김태훈 문화부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박보영 '상큼 발랄'
  • 박보영 '상큼 발랄'
  • 고윤정 '매력적인 미모'
  • 베이비돈크라이 이현 '인형 미모'
  • 올데이 프로젝트 애니 '눈부신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