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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완식의미술살롱] ‘중국기차’ 마다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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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미술시장 공략하려면
느리더라도 끈끈하게 소통해 나가야
10여년 전 중국과 중국미술을 이해하기 위해 베이징대학에 머물렀을 때의 일이다. 당시 상하이박물관에선 중국명화 100선전이 열리고 있었다. 하루는 대학원생 현장강의가 상하이박물관에서 예정되어 있었다. 수강생 대표가 필자에게 어떻게 상하이에 갈 것인가를 물었다. 그래서 다들 어떻게 가느냐고 되물었다. 단체로 베이징에서 저녁기차를 타고 아침에 상하이에 도착해 수업을 받는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하겠노라고 하니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꼬박 12시간 걸려 상하이박물관에 도착해서야 의문이 풀렸다. 같은 반 한국유학생 한 명이 그날 아침 비행기로 박물관 입구에 벌써 도착해 우리 일행을 맞았다. 중국 학생들의 태도가 냉랭했다. 그 한국 유학생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박물관 안으로 그냥 들어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제서야 상황이 파악됐다. 내게 상하이에 어떻게 갈 것이냐고 물었던 것은 “다른 한국애들처럼 비행기로 따로 갈 거지?”라는 확인이었던 것이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대륙을 북에서 남으로 가로지른 그날의 야간 기차여행은 특별한 추억이 됐다. 밤새도록 중국 학생들과 자잘한 고민부터 집안얘기, 미국 유학계획 등 온갖 이야기를 나눴다. 금세 속내를 털어 놓는 허물없는 사이가 됐다. 나중엔 침대칸에서 자고 있던 교수까지 합세했다. 모두가 친구가 됐다.

그날 이후 학생들은 집에 놀러 오겠다고 성화를 부렸고, 교수는 필요한 자료 등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구해주겠다며 나섰다. 종강파티 땐 특별히 우리 가족 모두가 초청받는 이례적인 ‘특혜’를 누렸다. 교수는 건배사를 통해 “당신이 어떤 말과 어떤 행동을 해도 우리는 당신을 믿고 지지한다”는 파격적인 찬사를 보냈다.

최근 중국에서 자취를 감춘 한국화랑들을 바라보면서 그때의 일을 반추하게 된다. 중국에서 성공하면 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한국 갤러리들이 중국 진출에 힘을 쏟아 왔다. 그러나 10년도 안 돼 중국진출 갤러리들 중에 단 한 곳만 남고 모두 철수했다. 잔류한 갤러리조차도 어렵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세법, 통관절차, 시스템 부재 등 여러 요인들이 거론된다. 물론 한국과 비교해서 장애요소가 됐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새로운 미술시장 개척이라는 점에서 그 정도는 감수하고 극복해 나가야 할 요소가 아니었을까.

최근 만난 한 중국미술계 인사는 우리가 현지 시장의 특수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점을 참패의 주 요인으로 꼽았다. 아방가르드 바람을 일으키며 부상한 중국미술시장의 배후엔 펀드자본이 버티고 있었다. 한국갤러리들은 그들이 차린 풍성한 밥상만 보고 덤벼들었다. 감히 남이 차린 밥상에 뛰어든 꼴이다. 소통없이 숟가락 얹으려다 결국엔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는 분석이다.

한국화랑들에게 그때의 한국유학생처럼 행여 ‘기차’를 마다하고 ‘비행기’로 상하이에 가지 않았는지 묻고 싶어진다. 중국미술시장에 진출하려면 시간이 들더라도 ‘기차’를 타는 자세가 필요하다. 느리더라도 중국미술시장과 끈끈하게 소통해야 한다. 중국에선 친구 한 명을 제대로 사귀면 그 친구가 자신의 친구 모두를 소개해 준다.

한국화상들이 중국작가 작업실에 가면 종종 겪는 일이 있다. 작가들이 라이벌이 될 수도 있는 자신의 동료 작가 작업실까지 안내를 해주는 모습이다.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중국작가들의 한국 전시 때도 동료들이 떼로 몰려온다. 함께 밀어주고 끌어주는 것이다.

화랑과의 관계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 컬렉터들도 그룹을 지어 행동한다. 한 컬렉터와 신뢰를 구축하면 동시에 여러 컬렉터들과 연계가 된다. 이들이 전시 작품 전체를 싹쓸이하는 경우도 많다.

세계미술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한 중국미술시장 공략은 이제 한국미술의 선택사항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 됐다. 세계일보가 내년 2월 창간 25주년 기념전으로 마련하는 ‘한국미술세계화 프로젝트’에 기획단계부터 중국 주류 미술계 인사를 참여시키는 이유다.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구축해 놓은 중국의 인적자산 활용이다. 한국미술이 만리장성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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