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좋아 출판사를 첫 직장으로 삼았고, 한동안 프리랜서 번역가로 일하다가 출판저작권 에이전시에 들어갔다.
외국의 최신 도서 소식을 한국 출판사에 알려주고 번역권 계약을 성사시키는 일은 뿌듯했지만 바쁘게 일할수록 허전함이 밀려왔다. 한권 한권에 대한 집중 없이 수많은 정보를 다루는 일은 정작 책 속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문 앞에서 서성거리다 돌아서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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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달콤한책 대표 |
사양사업인 출판을 왜 하느냐, 얼마나 힘든 줄 아느냐, 빚만 지다 망하기 일쑤다 등 모두의 걱정을 뒤로하고 무작정 출판사 등록부터 했다. ‘죽기 전에 가장 후회한 일은 남 눈치를 보고 그들 기대에 맞춰 살다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한 것이다’라는 말이 큰 용기가 되었다.
무모함이 앞으로 나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때도 있다. 하지만, 어떤 계산도 하지 않고 시작한 일이라 첫 책을 낼 무렵 갑작스러운 두려움이 몰려왔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와 무기력감도. 그런데 신기하게도 일을 벌인 순간부터 사방에서 귀인이 나타나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이끌어 길을 보여주었다.
기꺼이 손을 내밀어 준 그들 덕분에 첫 책으로 ‘사진가의 우울한 전성시대’라는, 제목도 우울한 사진평론집을 첫 책으로 냈지만 많은 호평을 받고 찬찬히 걸어갈 힘을 얻게 되었다.
기획·편집·디자인·제작·마케팅·영업·회계까지 전혀 다른 분야를 한데 어우르는 출판은 오케스트라와 같다. 오케스트라는 어느 한 파트만 어긋나도 훌륭한 곡은 나올 수 없다.
청중 앞에 서기까지 오래 연습해야 하는 단원처럼 정성들인 좋은 책을 세상에 내놓기를 소망한다.
그 선율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 닿아, 때로 힘든 일상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우며 지식과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김도연 달콤한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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