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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입은 뒷골목, 범죄가 사라졌다

입력 : 2013-10-20 18:59:55 수정 : 2013-10-21 10: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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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예방디자인 도입 1년… 염리동 골목길의 변화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사는 방모(71)씨는 요즘 좀도둑 걱정 없이 지낸다. 이곳은 1년 전만 해도 낡은 다세대주택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절도범들의 범행 표적이 되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칙칙한 색깔의 골목 담벼락이 갖가지 색으로 단장해 산뜻해지는 등 분위기가 밝아진 뒤로는 이런 걱정을 하지 않게 됐다. 방씨는 “예전에는 밖에 차를 세워놓으면 긁고 가는 일도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면서 “동네가 참 좋아졌다”고 말했다.

도시환경을 개선해 범죄를 막는 범죄예방디자인(셉티드·CPTED)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범죄예방디자인이란 도시 환경을 밝게 만드는 방법 등으로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개념으로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널리 활용 중이다. 1년 전 서울의 한 동네에서 실험적으로 시작된 셉티드 기법의 효과가 증명되면서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20일 오후 찾은 염리동에서는 노란색으로 칠한 가로등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알록달록한 담벼락과 벽화도 분위기를 바꾸는 데 한몫하고 있었다. 대표적 우범지역으로 꼽히던 이곳은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범죄예방디자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울 강서구 공진중학교와 함께 환경 개선을 한 곳이다.

범죄가 잦았던 우중충한 골목길은 밝고 화사한 느낌의 ‘소금길’이라는 산책로로 새롭게 태어났다. 위급 상황에 처한 사람이 언제든 찾아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소금지킴이집’도 6곳에 마련했다. 재개발이 예정돼 있는 이 지역 주민들은 범죄예방디자인 실험사업 1년이 지난 현재 “이렇게 달라지면 재개발이 필요 없겠다”는 말을 할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

범죄예방디자인을 적용한 서울 마포구 염리동 ‘소금길’ 모습. 이곳 주민들은 “동네 분위기가 한층 밝아져 밤에도 안심하고 다닐 수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소금길과 함께 범죄예방디자인을 도입한 공진중도 만족도가 높다. 이 학교는 교실과 복도를 채도가 높은 색과 그림으로 단장했고, 교내 구석진 곳에는 샌드백·춤추는 무대·암벽등반장 등을 설치해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했다.

공진중의 한 관계자는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 특성상 아이들이 의기소침한 분위기였는데, 1년 동안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됐고 면학 분위기도 많이 좋아졌다”고 전했다.

두 지역의 범죄예방효과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예방디자인 적용 시점을 전후해 주민과 학생, 교사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염리동 주민들의 범죄에 대한 두려움은 디자인 적용 후 9.1%포인트 감소했다. 공진중 구성원이 학교가 무질서하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7.4%포인트 하락했다.

이 같은 성공사례에 힘입어 범죄예방디자인을 도입했거나 준비 중인 지역이 늘고 있다. 2010년 2월 ‘김길태 사건’이 일어난 부산 사상구 덕포동은 범죄예방디자인을 도입해 방범용 폐쇄회로(CC)TV 설치, 골목길 벽화 장식 등을 할 계획이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제주도와 함께 지난 1일부터 유해환경 개선사업을 시범 진행하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도 최근 천안역 서부 진입로에 예방 디자인을 적용한 여성 안심귀갓길을 조성했다.

고려대 이경훈 교수(건축학)는 “무조건 벽화를 그린다고 범죄가 예방되는 것은 아닌데 다른 지역 사업내용을 그대로 가져다 적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지역마다 사정에 맞는 디자인 등을 심사숙고해서 도입해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사진=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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