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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궤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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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0-08 21:58:35 수정 : 2013-10-09 00:5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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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하려면 말을 잘해야 한다. 조리 있는 말뿐만 아니라 임기응변에도 뛰어나야 한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거짓말을 해서라도 유권자의 표심을 사야 한다는 불문율도 있다. 정치인에게는 공약(公約)과 공약(空約)의 구별은 무의미하다. 일례로 한 정치인이 “내가 당선되면 마을에 다리를 만들어 주겠다”고 공약했는데 누군가 우리 마을엔 강이 없다고 하자 “그러면 강도 만들어 주겠다”고 하는 게 정치인의 말이다.

신문에 게재되는 정치인들의 말이 요즘엔 공약을 넘어 궤변(詭辯)화하고 있다. 궤변은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지만 따져보면 이치에 맞지 않는 억지스러운 말이다. 청소년들이 신문을 볼까 두려울 정도다.

정치인 궤변 중 압권은 문재인 의원이 최근 한 말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한마디로 대화록은 있고 NLL(북방한계선) 포기는 없었던 것 아닌가”라고 했다. 도둑질하다 잡힌 도둑이 “잠시 이동하려던 것뿐이지 훔치려던 것은 아니다. 귀중품 여기 있잖아”라며 범행을 발뺌하는 모습과 같다. 앞서 민주당은 평화수역이란 구상으로 사실상 NLL 포기 의사를 밝힌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을 설명하며 “‘포기’라는 말이 없었으므로 포기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마치 결혼해달라는 말은 했지만 청혼은 아니라고 우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처구니없는 궤변이다.

내란음모를 꾸미다 발각된 후 “나는 뼛속까지 평화주의자”라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말도 궤변이다. 하지만 이석기와 혁명조직(RO)이 비밀회동에서 총으로 무장하고 국가기간산업 시설을 파괴하자고 선동한 행위를 ‘농담’으로 치부한 이정희 통진당 대표의 말이야말로 압권이다.

궤변 어록에 법조인들도 한 발 걸쳤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5부 재판부다. 채 전 총장은 5년 가까이 자신과 혼외아들을 시중든 가사도우미의 양심선언에 “다른 사람과 착각한 것”이라고 둘러대곤 자취를 감췄다. 통진당 부정경선사건을 맡은 35부 재판부는 “대부분 1표 정도를 대리투표한 만큼 조직적 경선 개입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궤변과 함께 무죄를 선고했다. 돌아간 것은 여론의 뭇매다.

조정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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