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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원’ 이준익 감독 “영화는 꿈의 공장… 따뜻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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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인터뷰만 몇 개째야. 오랜만에 영화 했더니 힘들어 죽겠네.”

이준익(54)감독이 넉살 좋게 한 마디 내뱉는다. 불평 같지만, 영화 만들어서 무척 좋다는 뉘앙스가 환한 얼굴 안에 섞여있다.

그런데 마냥 웃고 있을 수만도 없다. 영화 ‘소원’을 찍은 지난 9개월이 자신의 영화인생을 통틀어 가장 괴로웠다고 말하는 그다.

“소재가 워낙 민감하잖아요. 아동성범죄를 소재로 해서인지 기대보다는 우려를 나타내는 사람들이 더 많았어요. 메가폰을 들기 전부터 마음속으로 계속 되뇌었죠. 불손한 의도가 단 요만큼이라도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이 영화가 자칫 사람들을 도발하거나, 자극이 돼서는 안 된다고. 어려운데 왜 (이 영화를) 택했냐고요? 소재가 아니라 주제 때문이었죠. 소재 때문이라면 저도, 배우들도 기피했을 거예요.”

지난 2일 개봉한 ‘소원’은 아동성범죄 피해자 가족들이 사건 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담았다. 일명 조두순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왔지만, 전국에 알려져 있거나 혹은 그렇지 못한 수많은 피해자들의 일상을 대변하고 있기도 하다.

“그동안 영화에서는 한 번도 다뤄지지 않은 피해자의 모습, 그 가족들이 내일을 향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끔찍한 사건으로 인해 일상이 깨져버린 가족에게 소원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그냥 일상으로 돌아가는 거죠.”

이 감독은 행여나 기사 중에 들어갈 수 있는, 범죄와 관련된 사실적인 표현들을 삼가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표현 하나가 자극이 될 수도, 상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감독 역시 그런 마음가짐으로 영화를 찍었다고 했다.

9살 소녀 소원(이레 분)이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날 아침, 우산을 좀 씌워달라는 얼굴 시커먼 아저씨의 부탁을 차마 뿌리치지 못한다. 그날의 사건은 평생 지울 수 없는 신체적, 정신적 상처로 남았다. 소원이를 지켜보는 아빠 동훈(설경구 분)·엄마 미희(엄지원 분)의 마음은 찢어진다.

영화 ‘소원’은 그런 소원이가 그려나갈 세상, 소원이를 곁에서 보듬으며 다시 행복을 향해 나아가는 가족의 일상을 소소하게 그리고 있다. 특별한 소재를 평범하게 풀어냈다. 그러면서도 그 아래 뭔가 묵직한 향기가 느껴진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게 되는 영화라 그런지,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린다.

“아빠와 딸 사이에는 동화가 사라지면 안 돼요. 동훈(설경구)이 기자들을 피해 소원이를 들춰 안고 달리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때 병실에서 몸부림치는 딸을 제압하다가, 그만 자신을 두렵고 경멸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딸의 얼굴을 보고는 멈칫 하게 되죠. 그때 소원이는 2차적인 심리적 피해 상태로 접어들게 돼요. 아빠와 딸 사이에 동화가 사라지게 되는 거예요.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은 다시 동화 속으로 들어가는 것뿐이죠. 그게 바로 설경구가 코코몽 가면을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기도 하고요.”

이 감독은 돈과 권력에 눈이 멀어있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방법은 ‘동화’밖에 없다고도 역설했다. 그러면서 영화 ‘빅피쉬’(감독 팀 버튼·2003), ‘인생은 아름다워’(감독 로베르토 베니니·1999) 등을 함께 언급했다.

“사람들은 뉴스나 기사를 통해 사건 소식을 접하고 범인 보고 ‘죽여 마땅한 놈’이라고 욕을 하고는 그냥 잊어버려요. 한 번이라도 피해자들의 고통을 헤아리거나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살핀 적 있을까요? 이 영화가 개봉할 때도 ‘사람들이 불편해서 안 보러 올 것’이라는 우려를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냥 내 일이 아니니까, 불편하니까, 혹여라도 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그냥 무관심해버리는 거예요. 심지어는 자기 자녀가 피해자 학생과 짝꿍이 되는 걸 두려워해 학교에 전화하는 부모도 있대요. 범인만 사형시킨다고 치유가 되는 건 아니에요. 영화를 통해 그런 새로운 주제를 열고 싶었어요.”

이 감독은 완벽하게 ‘그 날’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스스로의 치유를 통해 소원이네 가족도 희망을 꿈꿀 수 있다고 말한다. 영화가 첫 공개되고 난 후, “등장인물들이 지나치게 착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는 근본적으로 따뜻했으면 좋겠다는 게 감독의 생각이다.

“영화는 ‘꿈의 공장’이잖아요. 사람들이 비싼 돈을 주고 영화관에 왜 오겠어요? 꿈을 사려고 오는 거예요. 그런 꿈을 사러온 사람들에게 애써 현실의 잔혹함, 잔인함을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요? 물론, 다른 목표의식을 갖고 출발한 영화도 많다는 건 인정해요. 광화문 ◯◯문고 글판에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파블로 네루다)란 문구를 읽고 한참 생각했어요. 나의 ‘그 아이’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다행히 아직 왼쪽 갈비뼈 두 번째 사이에 있더라고요.(웃음) 그 동화를 이 영화에 심은 거예요.”

영화 ‘소원’은 현재 상영 중이다. 12세관람가. 122분.

현화영 hhy@segye.com
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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