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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미술관은 어린이 많이 오게 해야 성공"

입력 : 2013-10-01 20:31:28 수정 : 2013-10-01 21:4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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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가나자와 ‘21세기 현대미술관’ 아키모토 관장
초등학생 매년 5000여명 초대, 작품 앞에서 2시간 동안 교육
처음에는 대부분 긴장하지만 결국 나름의 작품 보는법 배워
일본 가나자와 21세기 현대미술관은 미술관 관장들이 늘상 벤치마킹 대상으로 거론하는 미술관이다. 지역미술관의 성공모델이기 때문이다. 11월17일까지 열리는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국제도자학술세미나에 참여하기 위해 가나자와 21세기 현대미술관의 아키모토 유지 관장이 최근 방한했다. 그에게 대중친화적인 미술관으로 성공하게 된 요인들을 들어보았다. 그가 제시하는 핵심 키워드는 ‘어린이 정신으로 성장하는 것’이었다. 얼핏 듣기엔 단순히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미래의 주역들이 보고,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교실로 미술관을 개방하자는 아이디어는 미술관의 주목적과는 부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우리 성인에게도 실제로 영향을 줍니다. 우리가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우리가 오늘을 어떻게 살고 있는가와 동일한 것입니다. 어린이들에게 눈을 돌림으로써 현재에 대한 생각을 오히려 더 많이 하게 되지요.”

가나자와 미술관은 지역 내 초등 4학년을 대상으로 ‘미술관 크루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5000여명에 이르는 학생들을 초대하여 작품 바로 앞에서 2시간에 걸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약간은 긴장을 합니다. 그러나 결국엔 각자 나름대로 작품을 보는 법을 배웁니다. 한 시간쯤 지나면 학생들은 각자 마음대로 돌아다니면서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합니다. 프로그램의 주된 목적은 학생들의 감성적인 반응을 유발하고 그와 같은 반응을 학생들이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입니다.”

도쿄예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한 아키모토 유지 관장은 “예술작품을 보는 것은 단순한 정보수집이 아니라 보는 사람의 능동적인 참여가 요구된다”며 “마음의 문을 조금만 연다면 수수께끼 같았던 작품은 물론 완전히 무시해왔던 작품들도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2시간이라는 시간은 어쩌면 너무 짧은 시간이다. 작품에 대한 모든 지식을 요약하여 어린이들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린 어린이들에게 그림의 주제를 어떻게 알아보는지에 대해서 말해주고 그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줍니다. 클래스가 반쯤 진행되면 어린이들은 대부분 미술관과 작품들에 대하여 편안하게 느끼게 됩니다. 의견 발표도 활발해지고 미술관 안에서 즐겁고 자유롭게 이동을 하게 되지요.”

이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선 자원봉사자들이 필수다. 가나자와 미술관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현장에 투입되기 전에 수습과정은 필수다.

“자원봉사자들은 처음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가르치고 싶어합니다. 심지어 설교까지 하려 들지요. 이런 방식은 어린이들에겐 지루한 시간이 되지요. 예술작품을 전도하기 위하여, 또는 작품의 일반적인 의미를 설명하려 애를 쓰는 모습은 바람직스럽지 못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린이들에게 예술적인 감상을 할 수 있는 씨를 뿌린다는 인식이지요. 작품을 생각하는 올바른 방법이란 없습니다. 작품을 해석하는 방법이 단 한 가지인 경우도 없습니다. 대신 어린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발전시키고 표현하는 것을 배우는 데 중점을 두면 됩니다.”

가나자와 미술관의 청소년 프로그램도 주목을 받고 있다.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참여 가능한 ‘가나자와 청소년 꿈 도전 예술 프로그램’이다.

“젊은이들이 기성작가들과 함께 동등하게 작업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청년들이 자신감을 갖고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등을 부드럽게 밀어주는 것이지요. 관람객의 위치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예술활동에 관여할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참여하는 미술관의 토대가 되고 있지요.”

2007년의 ‘나팔꽃 기르기 프로젝트’는 가나자와 미술관을 또 한번 유명하게 만들었다. 350m에 이르는 둥근 미술관 건물을 나팔꽃으로 덮는 작업이었다. 초등학생부터 일반시민까지 참여해 2000개의 나팔꽃을 심었다. 여름이 되자 꽃들이 활짝 피어 미술관 건물을 뒤덮었다. 시민들은 자신들이 심은 나팔꽃을 보기 위해 미술관을 찾았다. 미술관과 지역사회의 소통이 저절로 이뤄진 것이다. 참여형 미술관이 된 셈이다.

“미술관은 공원처럼 열려있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단순한 미술관을 넘어서 마을의 광장이 되어야 한다는 자세가 중요하지요. 또한 미술관은 지역전통예술이 미래와 접목되고, 세계로 나아가는 플랫폼이지요.”

가나자와 미술관엔 ‘자유구역’이란 공간도 있다. 음악회와 댄스 공연 등이 펼쳐지는 공간이다. 음악회는 가나자와 앙상블오케스트라와 협조로 이뤄지고 있다. 무대장치라곤 의자와 악보대가 전부다. 대부분 예고 없이 진행된다. 때론 세계적인 음악가가 서기도 한다.

“사람들이 미술관에 오는 이유가 고전음악을 감상하기 위해서건, 아니면 미술작품을 보기 위해서이건 간에 모두가 일상의 틀을 깨고 조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무엇이 됐건 진실로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에서 예술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이런 기회를 가지는 사람이 완전하게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그는 “예술이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형의 표현양식이기에, 작품에 흥미가 없는 사람에게 작품은 말을 걸지 않는다”며 사람들에게 인근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해 줄 것을 권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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