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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무덤'된 CP·회사채…'폭탄 돌리기' 악순환

입력 : 2013-09-30 17:04:38 수정 : 2013-09-30 17: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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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위기에 몰릴 때면 어김없이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이 문제가 된다. LIG그룹과 웅진그룹이 그랬고, 동양그룹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들 회사가 발행한 CP의 공통점은 법인투자자들 보다 개인투자자들에게 각광 받았다는 점이다.

동양증권이 발행한 (주)동양 회사채의 경우 지난 29일 현재 발행된 8725억원어치의 물량 중 법인이 인수한 것은 0.6%에 불과하다. 나머지 99.4%는 개인들이 사갔다. (주)동양 회사채에 투자한 개인들은 2만8000여명에 달한다.

CP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동양레저 CP에는 5620의 개인투자자가 1566억원을 투자한 반면, 법인들은 53개사가 101억원어치를 사는데 그쳤다. 동양인터내셔널도 개인투자자는 8757명, 2739억원에 달하는 반면 법인투자자는 73개사, 180억원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이런 현상이 생겨난 원인은 우선 주식투자와 마찬가지로 정보력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법인투자자들은 해당 CP나 회사채의 투자등급 등 공개된 정보외에도 투자위험도를 가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개인들은 그렇지 못하다.

상대적으로 정보력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은 기업의 '이름값'에 의존해 투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기업일수록 이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동양그룹'과 '높은 이자'라는 것만 믿고 CP가 무엇인지도 모른채 사들인 개인투자자들과 법정관리신청을 사흘 앞두고 동양그룹 회사채에 밀려든 투기성 개인자금은 합리적 분석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금융감독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CP는 대부분 만기 3개월이하의 단기 자금으로 융통된다. 어음법과 자본시장법, 상법의 적용을 받으며 법의 규제하에 있지만 발행 한도나 자격에 제한이 없다. 수요예측이나 이사회 결의가 필요없고 공시의무도 면제된다.

절차도 간단하다. '급전'이 필요한 기업은 은행에서 받은 어음용지를 작성한 뒤 증권사에 넘기면 당일에도 수십억원의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 또 만기가 1년 이상이거나 특정금전신탁(금융기관이 고객의 위탁을 받아 CP 등에 투자한 뒤 운용수익을 배당하는 상품)에 편입되지 않는 이상 '증권신고서'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한계상황에 다다른 기업이라도 얼마든지 '폭탄'을 돌릴 수 있도록 사실상 뒷문을 열어둔 셈이다.

동양레저나 동양인터내셔널 등이 49억원 이하로 하루 수차례씩 CP를 발행한 이유도 제도의 허점을 노린 것이라는게 금융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감독당국도 보완책은 수립했다. 금융당국은 CP를 대체하기 위해 올해 1월15일부터 전자단기사채(전단채)제도를 시행했다. 전단채는 실물대신 전자등록방식으로 발행하는 만기가 1년 이내의 사채로, 기업의 이사회가 한도를 정한다.

또 증권정보포털(seibro.or.kr)을 통해 해당기업의 발행한도와 현재까지의 발행총액 등도 확인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 제도를 통해 단기자금 조달시장의 투명도가 높아질 것으로 봤다. 하지만 정작 기업들은 여전히 허점투성이인 CP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발행비용이 저렴하고 절차가 간편한 CP를 두고 굳이 규제투성이에 방법도 복잡한 선택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태도나 양심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만기 1년 이상인 CP는 회사채와 마찬가지로 증권신고서를 내야하게끔 지난 5월에 제도를 시행해 보완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이 특정금전신탁에 넣어서 된 건데 이것은 기간에 상관없이 증권신고서를 의무화했다"면서 "투기등급 CP와 회사채에 대해서는 계열 증권사를 통해서 팔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등 제도적인 보완은 다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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