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노인의 날(10월2일)을 닷새 앞둔 이날 대한노인회 이심 회장을 비롯해 이 단체 임원과 지회장,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 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전날 국무회원 앞에서 기초연금 축소 시행 등 공약수정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한 뒤 노인단체 관계자를 직접 만나 사과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오찬에는 사의를 표명했지만 반려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불참했다.
박 대통령은 오찬에서 “어르신들은 6·25 이후 폐허나 다름없던 나라를 땀으로 일으켜세워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신 주인공”이라며 “가진 것 없이 노력해 집안을 일으키는 것을 자수성가라고 하는데 우리 어르신들은 ‘자수성국’을 이루신 분들”이라고 격려했다. 이어 “지난 대선 때 기초연금제를 도입해 모든 분들께 20만원씩 드리겠다고 공약했다”며 “하지만 세계 경제가 다 어려워져 우리도 세수가 크게 부족하고 국가 재정상황도 안 좋아서 비교적 형편 나은 소득 상위 30% 어르신들은 제외하고 나머지 대부분 어르신께 매월 20만원씩 드리는 기초연금제를 시행하는 것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당초 계획처럼 모든 분들께 다 드리지 못하고 불가피하게 (공약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저도 참 안타깝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그래도 당장 내년부터 형편이 어려운 353만명의 어르신들께 매월 20만원씩 드릴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재정여건이 나아지고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면 소득 상위 30% 어르신들께도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노인빈곤 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수 있도록 앞으로 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어르신들 건강에 대한 염려도 덜어드리는 일에도 더 많이 노력하겠다. 올해 7월부터 틀니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시작했고 내년 7월부터는 임플란트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심 대한노인회장은 “기초연금 제도와 관련해서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대통령께서 경제상황으로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을 우리 노인들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이 나라의 어른으로서 정부의 재정이나 미래 세대에게 막대한 부담을 주는 무리한 요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이 전했다.
김재홍 기자 h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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