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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결혼 앞두고 ‘무한 빚잔치’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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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9-04 23:01:13 수정 : 2013-09-04 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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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돈 없이 결혼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한 건 두 달 전쯤이다. 이 무렵 읽은 신문 기사 하나 탓이다. 돈에 쪼들려 결혼을 늦추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내용이었다. 목돈을 마련한 뒤에 새 출발을 하려다 보니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솔직히 이 같은 현실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결혼을 앞둔 터라 더욱 그랬다. 결혼은 그 자체가 목적이지 과정은 아니지 않은가. 괜한 오기가 발동한 이유였다.

생각이 실행으로 이어졌다. ‘종잣돈 없이 결혼하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대출·월세·리스·렌털·할부 등 ‘신용사회의 무한 융통성’을 듬뿍 활용키로 했다. 나만의 ‘결혼 100일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됐다.

출발은 은행빚이었다. 대출 경험이 거의 없어 내심 걱정했지만 예상과 달랐다. 은행 문턱은 낮았고 담보 없이 수천만원을 빌려줬다. 놀라운 건 금리였다. 초저금리 시대라지만 4%대 중반의 신용대출 금리는 못 믿을 지경이었다. 원금 상환 걱정도 당분간 덜게 됐다. 최장 10년간 이자만 내면 대출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은행에서 빌린 돈을 들고 월셋집 ‘사냥’에 나섰다. 주말마다 서울 변두리를 헤집고 다녔다. 한 달쯤 지났을까. 방 한 칸에 거실이 있는 낡은 아파트를 찾아냈다. 대출받은 돈은 고스란히 월세 보증금이 됐다. 

새 살림은 거의 할부로 갖췄다. 일시불 결제가 비용면에서 유리했지만 목돈을 쓰지 않기로 작정했으니 이자 부담은 감수했다. 생전 처음 24개월짜리 할부도 끊어 봤다. 정수기와 비데 등 일부 살림은 월 2만∼3만원대 리스와 렌털로 해결했다.

김준모 사회부 차장
신혼여행 경비와 예식 비용 역시 분납이 가능했다. 흔히 말하는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중 일부를 뺐더니 비용이 ‘홀쭉’해졌다. 예단·예물 등 소모적 비용이라고 판단한 것들은 우여곡절을 거쳐 몽땅 생략했다.

여기까지가 현재다. 대략 계획대로 흘러왔다. 이제 판정의 순간이다. 프로젝트는 성공일까. 고백하건대 실패에 가깝다. 카드 값이 그 흔적이다. 예상대로라면 다음달 월급은 나오는 순간 카드사로 계좌이체된다.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어쩔 도리 없이 저축을 깨야 할 판이다. 결국 목돈을 쓰는 셈이다. 애초에 들어갈 돈을 억지로 나중에 쓰는 꼴이다.

그래서 할부는 빠른 시일 내에 완납을 할 작정이다. 월세와 리스는 유지가 불가피한데, 비용이 간단치 않다. 소유권도 없이 그저 빌려 쓰는 대가로 내야 할 총액이 연간 1500만원에 육박한다. 연 5% 금리의 3억원짜리 대출을 등에 지고 사는 격이다.

남는 건 후회다.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라는 눈속임으로 무한 빚을 권장하는 신용사회의 함정에 빠진 기분이다. 결혼은 현실이었다.

김준모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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