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백수·포르노 중독자·찌질한 솔로
인형 통해 솔직한 속내 드러내 ‘유쾌’ “정말 너무 구려. 돈도 없고 직장도 없고 곧 있으면 33살. 내 인생 너무 구려.”
30대의 코미디언 지망생인 ‘브라이언’은 자신의 인생이 ‘구리다’고 노래한다. 음악, 미술처럼 로맨틱한 걸 좋아하고, 마음도 엄청 넓지만 남자 친구가 없는 ‘케이트 몬스터’의 인생은 “썅…엿 같다.” 이런 가사는 어떤가.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더 쳐죽이고 싶어.” 한때 최고의 아역으로 주목받던 ‘게리 콜맨’의 고백은 거의 절망적이다.
“난 최고로 잘 나가던 흑인 아역 스타. 떼돈을 벌었지만 친부모가 싹쓸이. 꽃다운 사춘기 땐 이미 인생 쫑 났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비뉴 Q는 시종일관 유쾌한 작품이다. ‘영문과를 나와서 뭘 할 수 있니?’, ‘오늘 난 노팬티’, ‘인터넷은 야동용’ 등 적나라한 가사를 담은 노래는 자체로 웃음을 준다.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직시한다.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이 인형인 ‘퍼핏’이라는 점이 무거운 소재를 가볍고, 익살스럽게 ‘보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브라이언, 게리 콜맨, ‘크리스마스 이브’는 배우가 직접 연기하지만 주인공인 ‘프린스턴’과 케이트 몬스터, ‘로드’ 등 주요 캐릭터는 배우가 조종을 하며 노래하는 퍼핏으로 표현됐다.
어슬프게 위로하지 않는 것도 애비뉴 Q의 매력이다. 형편없는 인생이라고 그게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집 밖에 진짜 인생이 있다”고 노래하지만 희망으로 포장하지는 않는다. “친구를 만들 수도” 있지만 “개똥을 밟을 수도” 있다. 한국 관객을 위한 배려도 눈에 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전 재산 29만원’ 발언을 비웃고, 인기 방송인 노홍철을 언급하기도 한다.
몇 가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가면 감상이 더욱 즐거울 것 같다.
마지막 곡인 ‘잠시뿐’은 2004년 미국의 대통령이던 조지 부시의 집권이 잠시뿐이라는 의미에서 가사에 ‘조지 W 부시’를 썼다. 당시 부시 대통령에게 반발심이 컸던 젊은 층과 중산층의 큰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게리 콜맨은 30대 중후반의 관객이라면 기억할 만한 캐릭터다. 미국 NBC에서 1978∼85년 방송돼 엄청난 인기를 모았고, 우리나라에서는 ‘개구쟁이 아놀드’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시트콤의 아역 스타다. 실제 게리 콜맨은 선천성 신장 이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두 차례 자살 시도를 하는 등 불운한 삶을 살았다. 크리스마스 이브는 일본인으로 설정되었지만 원래는 한국인으로 하려고 했단다. 오디션에서 일본 배우가 배역을 따내면서 일본인으로 바뀌었다.
10월6일까지 잠실 샤롯데시어터에서 공연된다. 5만∼13만원. 1577-3363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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