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 한국, 일본, 대만에서 숱한 투수들이 자국을 평정하고 '아메리칸 드림'을 꾸며 미국에 건너왔지만 실력의 격차뿐 아니라 언어·문화의 장벽도 결코 낮지 않은 탓에 데뷔 첫해부터 인상적인 활약을 한 선수는 많지 않았다.
아시아 출신 투수 가운데 류현진보다 앞서 메이저리그 첫 시즌에 10승을 넘긴 투수는 6명이다.
일본의 노모 히데오가 다저스에서 1995년 13승 6패를 기록해 처음으로 데뷔 시즌 두자릿수 승리를 올렸다.
이후 2002년 다저스에서 데뷔한 이시이 가즈히사(일본)가 14승 10패를 기록했고 2007년 보스턴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은 마쓰자카 다이스케(일본)가 15승 12패를 올려 뒤를 이었다.
3년 뒤인 2010년에는 일본에서 넘어온 다카하시 히사노리(당시 뉴욕 메츠)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0승 6패를 기록했다.
2012년에는 처음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두 명의 아시아 출신 투수가 10승을 넘겼다.

메이저리그에서 만만찮은 족적을 남긴 아시아 투수들은 많지만, 첫해부터 두자릿수 승리를 기록한 선수는 이들 6명뿐이다.
아시아 투수 최다승 기록의 보유자인 박찬호(은퇴)는 데뷔 시즌은 1994년 두 경기에 출전해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고, 2년간 마이너리그에서 기량을 갈고 닦은 후에야 1996년 5승 5패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코리안 특급'의 역사를 써내려갔다.
아시아 투수 중 한 시즌 최다승(19승) 기록의 보유자인 '대만 특급' 왕젠민(토론토 블루제이스)도 데뷔 시즌인 2005년(당시 뉴욕 양키스)에는 8승 5패에 그쳤다.
데뷔 첫 시즌에 10승의 벽을 넘은 7번째 아시아 출신 투수가 된 류현진은 그중에서도 제법 눈에 띄는 기록을 내고 있다.
우선 패전 수가 세 차례에 불과해 가장 적다.
류현진 이전의 여섯 투수 가운데 첫 시즌 가장 적은 패배를 기록한 이는 노모와 다카하시로 나란히 6패를 올렸다.
물론 류현진은 아직 시즌을 마친 것이 아니기에 패전 수가 더 불어날 수 있지만 꾸준한 투구 내용을 감안한다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비율을 따지는 기록을 비교해 봐도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을 자랑하는 류현진만의 독특함이 잘 살아난다.
이날 경기까지 류현진의 피안타율은 0.254이고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1.27을 기록 중이다.
앞선 6명의 투수들 중에서는 마쓰자카(0.246·1.32)나 천웨인(0.250·1.26) 등과 비슷하다.
노모(0.182·1.06)나 다르빗슈(0.188·1.02)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3.15로 다르빗슈의 지난 시즌 기록(3.90)을 뛰어넘는다.

갑작스러운 부상만 겪지 않는다면 류현진은 앞으로 10차례 내외의 선발 등판을 소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이 일본과 대만을 대표하는 투수들의 기록을 넘어 아시아 투수 사상 최고의 데뷔 시즌 기록을 작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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