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시기 늦춰 재정부담 줄여야 정부와 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고교 무상교육’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해 2017년 전면 실시하기로 했다. 고교 무상교육이 전면 실시되는 2017년의 대상 고교생은 165만명, 소요 예산은 2조1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교육비 부담에 등골이 휘는 학부모로서는 반갑기 그지없는 정책 방향이다.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고교무상교육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내국세의 20.27%로 돼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교부율을 인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부율 인상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그 첫째 이유는 교부율 인상 필요성이 단기적인 현상이라는 점이다. 학생 수 감소라는 교육 비수요 감소요인과 교육 여건 개선, 복지 확대 등 수요증대 요인을 검토할 때 학생 수 감소는 앞으로 수십년간 지속되는 추세적인 변화인 데 비해 수요 증대 요인은 모두 현 단계에서 교육지출 수준을 증대시키는 요소이며 추세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둘째, 국가재정 전체적으로 볼 때 교부율 인상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가 민생의 안정을 중요한 정책목표로 설정하고 교육부문을 포함해 노인, 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복지정책을 제시했다. 그 정책을 충실히 시행하기 위해서는 5년간 135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며 그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교부율 조정을 통한 대응이 곤란하다면 자금을 차입하는 방안과 지방교육재정의 범위 내에서 지출의 우선순위를 설정해 특정 지출을 1∼3년 정도 연기하거나 지출 속도를 조절하는 방법이다. 교부율을 인상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지방교육자치단체로 하여금 자금을 차입해 사용하도록 하고 3∼4년 후 재원에 여유가 생긴 후부터 점진적으로 상환해 나가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재정건전성 악화와 채무부담 증대는 단점이 된다. 지방교육청은 과세자율권이 없어 세입을 거의 모두 국가의 지원으로 조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방교육재정의 수지 악화와 부채 증가는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저해하고 국가의 신용도를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차입을 통해 새로운 지출을 증대시키는 데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지출의 우선순위 조정은 우선순위를 설정해 지출이 증가하는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현행 교부율 내에서 지출계획을 소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방법은 국정과제 상에 나타난 지출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시급성이 적은 사업에 대해 시작 시점을 2∼3년 이후로 연기함으로써 재정에 큰 부담을 주지 않고 계획한 사업을 모두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목표 시점을 약간 늦추면 교원 수를 증대하지 않더라도 자연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에 도달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한다면 교원의 확충을 서두르기보다는 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진행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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