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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여성 킬러에 찾아온 ‘변화’… 최후의 총 뽑다

입력 : 2013-07-26 21:20:29 수정 : 2013-07-26 21: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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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살인청부업자라는 파격적 설정
한 편의 액션영화 보는 듯 박진감 넘쳐
구병모 지음/자음과모음/1만3500원
파과/구병모 지음/자음과모음/1만3500원


우리 소설 가운데 이렇게 파격적인 주인공을 내세운 작품이 또 있을까. 65세의 여자 킬러라니. 여성 살인청부업자나 연쇄살인범이 나오는 소설·영화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니키타’처럼 젊고 예쁜 여성이었지, 머리가 하얗게 샌 깡마른 할머니는 아니었다. 그런데 구병모(37)씨의 새 장편소설 ‘파과’ 속 주인공은 사람 죽이는 일을 업으로 삼다가 어느새 환갑을 훌쩍 넘긴 여인이다. 영화 속 니키타의 30∼40년 후 모습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좀 빠를까.

‘조각’은 그녀가 다니는 살인청부회사에서 ‘대모님’으로 통한다. 워낙 나이가 많고 경험도 풍부해서다. 대부분 그녀에게 예의를 갖추지만 서른 살 안팎의 애송이 킬러 ‘투우’는 그렇지 않다. 조각을 ‘할머니’ 또는 ‘노인네’라고 부르며 무시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툭 하면 시비를 건다. 투우가 조각한테 무례하게 구는 데에는 사실 그만 한 이유가 있다. 두 사람을 둘러싼 치명적 비밀은 소설 중반쯤 자연스럽게 풀린다.

임무 수행 도중 큰 부상을 한 조각이 병원 응급실을 찾는 장면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조각의 정체를 잘 아는 늙은 의사 대신 ‘강 박사’라는 젊은 남성이 진료를 보고 있다. 평소 같으면 낯선 사람에게 절대 몸을 맡기지 않는 조각이지만, 의식을 잃을 만큼 심하게 다친 터라 이번에는 그녀도 어쩔 도리가 없다. 강 박사에게 알몸을 보인 조각은 묘한 부끄러움에 사로잡힌다. 오랫동안 ‘살인 기계’로 살며 차갑게 얼어붙은 그녀의 마음에 봄이 온 것일까.

소설은 조각·투우·강 박사의 ‘삼각관계’를 축으로 빠르게 전개된다. 자기도 모르게 강 박사한테 끌리는 조각, 그런 조각을 보며 경멸감을 감추지 않는 투우, 킬러들로부터 어떻게든 가족을 지키려는 강 박사…. 마침내 투우가 강 박사의 딸을 납치하고 조각이 투우를 향해 총을 빼들며 소설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소설가 구병모씨는 2009년 ‘위저드 베이커리’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뒤 청소년소설과 본격 성인문학을 오가고 있다. 25만부가 팔린 ‘위저드 베이커리’에 이어 2012년 발표한 ‘피그말리온 아이들’로 베스트셀러 작가 입지를 굳혔다.
읽는 내내 잘 만든 한 편의 액션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여성 소설가들 작품에선 접하기 힘든 박진감 넘치는 서사가 돋보인다. 특히 소설 말미에 조각과 투우가 벌이는 총격전 묘사는 압권이다. 저자와 직접 만나 궁금한 점을 물었다.

―총격전 장면은 어떻게 취재했나.

“직접 체험하지는 못하고 경호용 무술과 무기 교본을 참고했다. 전에 이것 말고 다른 소설 취재 때문에 경호원을 교육하는 사설학원에 등록하려 한 적이 있다. 키가 작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웃음)”

―노년의 킬러를 등장시킨 이유는.

“부서져서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찰나의 시선을 담으려 했다. 노년의 문제라는 게 꼭 노인만의 문제는 아니고 인간이라서 겪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제목 ‘파과’는 무슨 뜻인가.

“부서진 과일을 보고 소설을 구상했기에 처음에는 ‘파과(破果)’라고 붙였다. 그런데 여자 인생에서 가장 좋을 때인 16세를 뜻하는 ‘파과(破瓜)’란 말도 떠올랐다. 둘 가운데 어떤 ‘파과’인지는 독자들 판단에 맡기겠다.”

―청소년문학과 성인문학을 오가고 있는데 다음 작품은.

“기본적으로는 그 순간에 가장 쓰고 싶은 것을 쓴다. 다음은 2014년 연말에 단편소설집을 낼 계획이다. 아들이 초등학생인데 학기 중에는 챙겨줘야 할 게 너무 많아 앞으로는 아이 방학 동안에만 소설을 쓰기로 했다.(웃음)”

글·사진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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