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 사죄·배상 해야”
5년 만에 신작 ‘바람이… ’개봉
2차대전 실존인물의 삶 다뤄 일본의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72) 감독이 5년 만에 신작 ‘바람이 불었다(風立ちぬ)’를 들고 돌아왔다. 20일 영화 개봉에 맞춰 미야자키 감독의 인터뷰와 영화 논평, 광고 등이 미디어에 쏟아지는 등 일본 열도에 ‘미야자키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19일 “미야자키 감독의 신작 ‘바람이 불었다’가 20일 전국에서 일제히 개봉된다”며 작품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 일본의 거의 모든 매체도 작품을 소개하거나 미야자키 인터뷰 등을 싣고 ‘미야자키 열풍’에 가세했다. 극장가도 지난 1일 1만명 이상의 대규모 시사회를 열어 영화 홍보에 열을 올렸고, 방송에도 연일 광고가 쏟아진다. 심지어 일부 통신사는 영화 흥행을 응원하는 캠페인을 펼친다.
1941년 도쿄에서 태어난 미야자키 감독은 1978년 ‘미래소년 코난’으로 데뷔한 이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 ‘천공의 성 라퓨타’(1986), ‘이웃집 토토로’(1988),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등 문명비판과 환경, 미래문제 등을 다룬 작품을 쏟아냈다. 80년대 후반 도쿄 외곽에 창작집단 ‘스튜디오 지브리’를 만들었다. 이번 신작은 2008년 ‘벼랑 위의 포뇨’ 이후 5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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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영화 ‘바람이 불었다’의 포스터 |
이번 작품은 전작과 상당히 다르다는 평가다. 강한 주제의식과 환상적 묘사를 강점으로 해온 전작과 달리, 이번엔 실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실제 삶에 대해 묻고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기존 미야자키의 제작 방정식을 깼다”고 했고, 요미우리신문은 “탈판타지와 동시대성을 추구했다”고 분석했다. 관동대지진과 전쟁 등을 배경으로 평화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는 평가도 있다.
미야자키 감독은 “5년 만이 아니라 5년이나 걸렸으며, 작품 속 군중도 일일이 그리는 등 악전고투하며 버텼다”면서 “시사회에서 눈물을 흘린 건 처음”이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시기에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프로듀서인 스즈키 도시오(鈴木敏夫)도 “그의 마지막 작품은 아니지만, 그의 ‘유언’과 같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야자키 감독은 스튜디오 지브리가 발행하는 무료 소책자 ‘열풍’에 “선거를 하면 득표율도, 투표율도 낮은데 정부가 혼잡한 틈을 악용해 즉흥적인 방법으로 헌법을 개정하는 것은 당치 않은 일”이라며 “96조를 먼저 개정하는 것은 사기”라고 아베 신조(安倍晉三) 정권을 공박했다. 그는 “아베 정권의 역사감각 부재에 질렸다”며 “생각이 부족한 인간은 헌법 같은 것을 건드리지 않는 게 낫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위안부 문제도 각기 민족의 자긍심 문제이기 때문에 분명히 사죄하고 제대로 배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김용출 특파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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