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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퍼시픽 림’ 마음껏 감탄하고 즐겨라

입력 : 2013-07-12 19:29:04 수정 : 2013-07-12 19:2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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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태평양 조산대’를 뜻하는 영화 ‘퍼시픽 림’(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은 괴수영화와 로봇영화의 절묘한 조화를 이끌어낸 SF대작이다.

지난 11일 개봉한 첫날, 평일임에도 전국 2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해 극장가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앞서 이 영화는 ‘크로노스’ ‘헬보이’ ‘블레이드 2’ ‘판의 미로’ 등을 연출한 거장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고 해서 오락성과 상업성, 그리고 예술성과 작품성에 있어 어떻게 접점을 꾀했을지 전 세계 많은 영화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영화는 두 눈이 번쩍번쩍 뜨일 정도로 신기하고 화려한 영상들로 가득했다. 태평양 바다 한 가운데 심해에 외계와 지구를 연결하던 채널이 열리고, 거대한 괴수 카이주가 위용을 드러낸다. 일본영화의 전설적 괴수 ‘고질라’를 연상케 하는 카이주들은 엄청난 크기와 무자비한 폭력성으로 지구의 안전을 위협하고, 지구인들은 ‘범태평양연합방어군’을 결성해 카이주에 맞서 싸울 거대로봇 ‘예거(Jaeger·사냥꾼이란 뜻의 독일어)’를 만든다.

한 마디로 ‘괴수 대 로봇의 대결’을 주 내용으로 하면서, 시작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많이 받은 영화임을 드러낸다. 이를 테면, 고질라와 건담의 대결.

‘트랜스포머’의 로봇들이 변신과 변형을 주 무기로 했다면, ‘퍼시픽 림’의 예거들은 조종사인 파일럿 2명이 정신을 융합하는 ‘드리프트(Drift)’를 통해 로봇을 움직인다. 이 ‘드리프트’란 것은 이미 저패니메이션 ‘에반게리온’ 시리즈 등을 통해 소개된 설정으로, 델 토로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이 일본영화에서 상당부분 모티브를 따왔음을 짐작케 한다. 

차용이나 패러디는 그 어떤 영화에서도 충분히 시도할 수 있다. ‘신선하다, 혹은 신선하지 않다’의 판단은 오롯이 대중과 관객의 몫이다. 어린 시절 일본 만화영화에서 보던 것을 할리우드 3D대작으로 감상하려니 향수 비슷한 걸 느끼는 관객도 있을 것이고, 미국영화에서 느껴지는 일본색(특히 여주인공이 일본여배우 키쿠치 린코)과 오리엔탈리즘에 거부감먼저 생기는 관객도 분명 있을 거다.

이 같은 것들을 모두 차치한 채, 3D영화와 애니메이션의 장점들을 집약시켜놓은 듯한 화려한 기술의 영상, 바다에서 시작돼 육지와 상공을 넘나들며 펼치는 카이주 대 예거의 대결을 보고 있노라면 그냥 입이 ‘떡’ 벌어지고 만다.

다만, ‘영상은 뛰어난데 스토리는 부실하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할리우드 영화의 전형을 보여주는 뻔한 스토리와 전개는 끝까지 아쉬움으로 남는다. 카이주와 예거, 그리고 주인공 롤리(찰리 헌냄)의 역사를 보여주는 초반 15분 에필로그에 비해 중반 이후로 갈수록 긴장감과 몰입도는 떨어진다.

이 때문에 영화를 보고난 후 남성관객과 여성관객의 평 역시 극명히 갈리는 추세다. 아마, 어린 시절 로봇에 대한 판타지를 간직하고 있느냐의 여부가 이 영화의 호불호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되지 않을까. 절대 다수나 대중의 지지를 얻는 영화가 될지, 아니면 일부 마니아층의 극렬한 호응에 그치는 영화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퍼시픽 림’은 그냥 보고 즐기고 감탄만 해도 극장에서 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트랜스포머보다 훨씬 크고 강력한 예거들의 활약은 3D로 확인해도 좋을 듯. 12세이상관람가. 상영 중.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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