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진혁 “나도 구월령처럼 한 여자에 올인”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서’에서 구월령이 남긴 여운은 짙었다. 천년악귀 구미호 구월령를 향한 세간의 관심은 뜨거웠다. 종영 이후 ‘구월령’ ‘최진혁’이 한동안 인터넷 검색어 순위를 점령했다. 그만큼 최진혁이 보여준 연기가 강렬했다는 말일 게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바쁜 스케줄로 이어지고 있다.
 
“실시간 검색어에 제 이름이 오른 걸 보고 얼떨떨했어요. 영광스러운데 창피하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했죠. 국민배우의 꿈에 이제야 출발선에 선 것 같아요.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죠.”

최진혁은 다정다감한 모습부터 냉소적인 면모까지 다양한 영역을 오가며 한 여인을 향한 절절한 사랑을 보여줬다. 일생을 마음에 품은 연인 윤서화(이연희, 윤세아 분)를 향한 순애보는 천년악귀가 되어 돌아온 후반부에서 분노와 증오 등 극단의 감정을 오가며 농도가 배가됐다. 서화 곁에서 고이 잠든 구월령의 마지막은 아련하고 아름다웠다. 최진혁은 “구월령의 인기 비결은 순애보였다”고 말했다. 

“‘구가의서’가 잘될지는 알았지만, 구월령 캐릭터가 이렇게 사랑받으리라곤 생각지 못했어요. 갑자기 반응이 와서 놀랐죠. 1,2부에서 서화에 대한 구월령의 절절한 사랑이 끝난 것에 대한 아쉬움, 천년악귀가 되어서도 한 여자를 잊지 못하는 순애보가 여성 시청자에게 어필한 것 같아요.”

최진혁의 사랑법 또한 구월령과 조금은 닮았다. “머리가 나빠 동시에 여러 일을 못한다”며 농을 던진 최진혁은 “사랑에 빠지면 한 여자밖에 안 보이고, 한 사람에만 올인하는 스타일”이라며 연애관을 전했다. 

최진혁은 ‘파스타’ ‘괜찮아 아빠딸’ ‘내딸 꽃님이’ ‘로맨스가 필요해’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꾸준한 작품 활동을 폈지만 ‘최진혁’ 이름 석 자를 알리기엔 부족한 감이 있었다. 그러다 ‘구가의 서’를 통해 단박 시청자 눈에 들었다.
 
“돌아보면 조명받지 못한 서러움이나 아쉬움이 쌓여 연기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작품 수를 늘려가면서 몰랐던 부분을 깨우쳤거든요. ‘괜찮아 아빠딸’ 이후 너무 욕심내면 안 된다는 사실을 배웠고, 적당히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로맨스가 필요해’는 연기에 대한 몰입을 처음 경험하게 했고요.” 

절박한 순간 최진혁에게 구월령이 찾아왔다. 그는 “유작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했다. ‘이번에 안 되면 그만둬야지’라고도 생각했다”고 작품에 들어가기 전 심경을 털어놨다. 매력적이지만 어려운 구월령 캐릭터는 최진혁을 옥죄는 스트레스이기도 했다.

“그간 주목받지 못하니까 끼가 없다는 생각도 했어요. 이번에 좋은 역할을 맡고도 잘 살리지 못한다면 차려놓은 밥 떠먹지도 못하는 꼴이니 연기를 그만둬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하지만 구월령은 쉽지 않은 캐릭터였고, 처음에 갈피를 못 잡아 힘들었어요. 스트레스도 심했지만 오히려 마음을 놓으니 잘 풀렸던 것 같아요.” 

최진혁은 이승기의 생부로 출연했다. 늙지 않는 신수라는 허구적 설정에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겨우 2살 차에 불과한 이승기와 부자 호흡을 맞추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일 터.

“구월령이 천년악귀로 기억을 잃은 상태였던지라 아버지로서 연기한 게 아니었어요. 하지만 이승기가 어깨를 잡아주는 장면에서는 뭔가 뭉클하더라고요. 진짜 아들처럼 흐뭇하기도 하고, 걱정했던 장면인데 희한했어요. ‘한번쯤 보고 싶을 거예요’라는 이승기의 대사에 울컥하더라고요.”

“구월령을 만나지 못했다면?”이라는 가정에 대한 답을 구하자 최진혁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아울러 자신에게 기회를 준 신우철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신우철 감독님은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검증되지 않은 저를 믿고 중요한 역할을 맡겨주셨어요. 드라마의 생명을 담보로 어려운 결정을 해주셨다는 것 자체에 감사드려요. 감독님께 인사드렸더니 ‘네가 잘해서 그런거다’ ’축하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평생 못 잊을 몇 마디였죠.”

최진혁은 차기작으로 김은숙 작가의 신작 ‘상속자들’ 출연을 결정지었다. ‘구가의 서’로 주가를 높인 최진혁은 ‘상속자들’을 통해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한다. 그는 “차갑고 냉정한 캐릭터라고 들었다. 상대역이 궁금해죽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 어느 때보다 최진혁이 보여줄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정은나리 기자 [e-mail]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