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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혼돈은 중동 전체의 위기"… 숨죽인 아랍권

입력 : 2013-07-05 22:35:55 수정 : 2013-07-05 22:3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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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정치적 이슬람’ 탄생지에 민주화 대표적 모델
민주주의 안착 관건… 英 타임스 “50년 교착상태로 회귀”
국제사회·아랍국, 혼란 틈타 지하디스트 세력 확장 우려
군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한 뒤 이집트는 중대한 갈림길에 놓였다. 주변 아랍국가들도 이집트 미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집트에 민주주의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자리 잡느냐가 중동 전체 정세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2년 전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권좌에서 몰아내고 민주적 정권 교체를 이뤄낸 ‘아랍의 봄’ 당시만 해도 이집트는 중동 민주화의 대표적 모델로 주목받았다. 이젠 군부의 무르시 축출로 이집트뿐만 아니라 중동 전체가 위험한 순간을 맞았다고 BBC방송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집트는 20세기 초 반식민 국가주의에 뿌리를 둔 ‘정치적 이슬람’의 탄생지다. 무르시 정권의 지지기반이자 중동 국가 곳곳에서 맹위를 떨쳤던 무슬림형제단도 1928년 이집트에서 태어났다. 무슬림형제단은 이슬람주의 세력 중 비교적 온건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들이 정권을 잡기 전과 같이 다시 지하활동으로 전환해 강경파의 위상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와 아랍권 국가들은 ‘아랍의 봄’ 이후 정치적 혼란을 틈타 세력을 키우고 있는 이집트 지하디스트(이슬람전사)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욱 발호할 것도 우려하고 있다. 이집트 출신의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 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는 아랍권 국가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으며, 수백명의 이집트 지하디스트는 시리아 반군과 합류해 싸우는 상황이다.

영국 타임스는 칼럼을 통해 “이집트가 부패한 장군들과 지하디스트 사이에 낀 50년간의 교착상태로 되돌아갔다”며 “이번 쿠데타로 코란과 이슬람 율법을 강조하는 지하디스트들이 발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태를 중동의 독특한 민주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군부를 한 축으로 하는 정치적 성장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1952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이집트 군부는 가장 중요한 정치세력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무바라크도, 무르시도 이를 바꾸지 못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이집트가 대체로 민주적인 정부가 수립됐지만 정치적 공백이 생길 때마다 군이 가끔 개입하면서 양측의 갈등을 통해 발전해온 ‘옛 터키식 모델’을 따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FP는 국민에게 존경받고 민주적인 다수가 이끄는 군이 비민주적인 정부에 도전했을 때 ‘민주적 쿠데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군부가 조속히 선거를 하고 민주적인 정부에 권력을 이양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이집트 정치 토크쇼 진행자인 토니 칼리파는 “2년 전 ‘첫 번째 혁명’과 비교해 지금의 ‘두 번째 혁명’에서 사람들은 조직화했고 군은 더 영리해졌으며 국민에 대한 책임감도 생겼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국제사회는 여전히 이집트의 혼란이 길어질 것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일 성명을 통해 “특정한 정당이나 개인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 이집트의 미래는 이집트인들에 의해서만 결정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4일 “국민의 요구와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면서도 “지금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무너진 민주적 절차를 복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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