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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비평이란 예술작품을 보호·보수하는 것”

입력 : 2013-07-02 20:25:54 수정 : 2013-07-02 20: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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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미술평론가
“힘·권력으로부터 예술가 보호, 작품에 구멍난 부분 수정해 줘
요즘 아트딜러 힘 너무 막강
큐레이터·평론가 역할까지
한국 미술 생태계 균형 무너져”
‘미술’ 하면 보통 그림 그리는 작가를 떠올린다. 하지만 미술 생태계에서 이게 전부는 아니다. 작가를 비롯해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 작품을 구매하는 아트딜러, 그리고 작품을 비평하는 비평가까지 미술계 안에는 다양한 주체가 공존한다. 이들이 모두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만 미술 생태계가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미술비평의 중요성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미술비평은 미술 생태계의 지속적인 유지·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김병수(50) 미술평론가는 20여 년 동안 미술계에 몸 담아 오면서 미술비평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물이다. 저서로는 미술비평의 문화인류학적 해석을 담은 ‘하이퍼리얼’(2011), 미술비평의 정치미학적 해석을 담은 ‘트랜스리얼’(2013)이 있다.

김병수 평론가는 지난해 하이퍼리얼로 미술전문지 월간미술이 주관하는 제17회 ‘월간미술대상’ 학술평론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현재는 문화인류학적 관점, 정치미학적 관점에서 나아가 미술과 경제의 문제를 다룬 책을 집필 중이다. 그를 만나 미술 그리고 미술비평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미술비평이란.

“미술비평은 단순히 미술작품을 평가하거나 비난하는 게 아니다. 만약 평가한다면 그 기준은 누가 세우겠는가. 기준도 변할 수 있다. 미술비평은 예술작품을 보호하고 보수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무엇으로부터의 보호를 말하는 것인가.

“먼저 예술가를 세상으로부터 보호하고 경제적인 것으로부터 보호한다. 예를 들어 보자. 대선 후보 시절 박근혜 대통령을 희롱하는 그림이 논란이 된 적 있다. 그 작업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비난까지가 전부이지 표현의 자유는 보호받아야 한다. 이렇듯 예술작품이 어떤 힘이나 권력에 의해 억압받는 것을 보호하는 것이 미술비평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보수는 어떤 의미인가.

“예술작품은 완전하지 않다. 중세 신학도 결점이 있는데, 예술에도 결여된 점이 있다. 미술비평은 그 구멍을 이야기하고 수정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 구멍을 메우는 것이 아니라, 그 구멍으로 인해 예술작품이나 예술가가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다.”

―비평문을 읽다 보면 어려운 말이 많아 이해하기 힘들 때가 많다. 미술비평이 대중을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은 소홀한 것 아닌가.

“미술비평이 전문용어를 사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론의 시대가 대두한 1980년대 이후 현대미술에서 더욱 심해졌다. 현대미술은 시각성에만 의존하는 예술이 아니라, 이론적 배경 지식이 있어야 온전한 이해가 가능하다. 이론적 배경에는 난해한 철학, 미술사, 역사학 등이 녹아 있는데 이러한 것들을 그때그때 제공하다 보니 말이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

―현대미술의 특성을 고려한다 해도 대중과 소통을 위한 노력은 확실히 소홀한 것 같다.

“의학용어, 법률용어처럼 미술과 관련된 언어가 있는 건 맞다. 예를 들면, ‘그의 그림은 시적 상상력을 무의식 속에서 충동질한다’는 말 같은 거다. 대중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분명 의도를 가지고 사용한 말이다. 일종의 언어 타락 문제도 있다. 언어가 미적 술어로서 기능 하려면 많은 고민을 거쳐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사용됐을 때 문제가 생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어려운 말을 써서 대중의 이해를 가로막으면 안 된다.”

김병수 미술평론가가 서울 관훈동 갤러리 이즈에서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한국에서는 미술비평이 칭찬 일색이라는 비판도 있다.


“작가의 개인전 전시 서문을 비평의 전부인 것처럼 오해하는 사람이 있다. 전시 서문은 말 그대로 한 작가가 개인전을 여는 것을 축하하는 글이다. 작가가 개인전을 하는 것은 잔치나 다름없는데, 전시 서문은 잔칫집에 맞는 격식의 글이다. 다만, 교언영색 감언이설로 꾸며내는 것이 아니라 그의 미학적 장점과 미덕을 알아듣기 쉬운 언어로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는 글이다.”

―현재 한국 미술계의 문제는.

“아트딜러의 힘이 너무 막강하다. 아트딜러가 큐레이터, 평론가 역할도 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문제만은 아니다. 아트딜러 역시 미술 생태계의 한 축인데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미술비평의 미래는.

“세상이 변할수록 미술비평가의 할 일이 많아지고 있다. 종종 미술의 위기라는 말이 들리는데,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미술시장이 위기인 것이지, 미술이나 미술비평이 위기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술비평은 예술을 넘어서 정치·사회 현상과 맞물리면서 외연이 넓어지고 있다. 그만큼 내 할 일도 많아지고 있다.”

정아람 기자 arb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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