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 웨딩홀에서 치러지는 최근의 결혼식을 보면 예식을 마친 후 신랑과 신부는 폐백실로 이동해서 양가 부모님께 폐백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폐백(幣帛)이란 표현은 잘못된 것으로 본래 현구고례(見舅姑禮)라고 하는 것이 맞다. 이러한 의식은 전통적으로 신부집에서 결혼식을 올린 후 시댁으로 가 첫 인사를 올리면서 음식을 함께 올린 데서 유래했는데, 이때 올리는 음식 또는 선물을 폐백이라 하는 것이다.
본래 폐백은 신부가 집안의 새 식구로서 시어른들께 첫 인사를 드리는 것이므로 신랑은 절을 올리지 않고 신부만 올리며, 시어머니와 시아버지께 따로 올리는 것이 예의이나 최근에는 신랑신부가 함께 시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맞폐백이라 해서 친정 쪽에도 인사를 드리는 경우도 많지만, 폐백이란 신부측에서 신랑부모에게 보내는 음식으로 예를 올리는 것이므로 사실 예법에는 맞지 않는다.
폐백으로 올리는 음식에는 대추, 밤, 육포 또는 닭 등이 있는데 이는 각각의 뜻이 있다.
대추는 예로부터 다산의 상징이며 밤은 집안을 상징한다. 절을 받은 시부모님은 밤과 대추를 신부의 치마폭에 던져 주며 다산과 다복을 기원하고 신부는 대추와 밤을 받으며 다산과 집안의 가풍을 잘 따르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다.
육포 또는 닭은 시어머니를 상징하며 신부가 절을 올리면 시어머니는 포를 어루만지기도 한다. 이는 며느리의 허물을 덮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폐백을 올리는 순서는 시부모님이 가장 먼저이며, 시조부모님이 살아계시는 경우에도 역시 시부모님께 우선 절을 드리고, 시조부모님, 백, 숙부내외분, 시삼촌, 시고모 순으로 절하면 된다. 신랑과 같은 항렬일 때는 선후를 따져 맞절을 하면 된다.
신부는 수모의 도움을 받으며 시부모님에게 각각 네 번 큰절을 올리는데 앉을 때는 수모가 먼저 앉고, 일어설 때는 신부가 먼저 일어선다. 네 번 큰절을 한 뒤에는 반절을 하고 뒤로 물러선다. 같은 항렬인 형제, 자매, 사촌 등과는 맞절을 하며 이 때 신부는 수모의 도움 없이 맞절을 하면 된다.
폐백을 올릴 때 모든 절차를 주관하고 알려 주는 사람을 수모라고 하는데, 수모는 폐백음식을 차리고 폐백을 드리고 받는 법, 순서 등을 안내하며 절을 도와준다. 특히 폐백 때 여자는 큰절을 올리기 때문에 수모의 도움 없인 일어나기 힘들다. 대개 웨딩홀엔 전담 수모가 있지만 없는 경우 수모 역할이 가능한 헬퍼를 요청해야 한다.
폐백음식은 신부 측에서 시댁에 올리는 것이므로 폐백이 끝난 뒤엔 수모가 폐백음식을 정리해 시댁 편에 전달한다.
폐백의 형식과 절차도 중요하다. 하지만 요즘은 결혼식장에서 예식 후 바로 드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별한 준비가 필요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원래의 뜻을 잊어버리지 말고 정성스럽게 예를 갖춘다면 더욱 의미 있는 결혼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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