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전3기만에… 9월 총선 새국면

26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드 전 총리는 이날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 진행된 집권 노동당 대표 경선에서 줄리아 길라드 총리를 57대 45로 물리쳤다. 형식적으로는 입헌군주제 국가이지만 내용상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호주에서는 일정 수 이상의 당 소속 의원이 청원할 경우 수시로 대표 경선을 할 수 있고 집권당 경선에서 승리하면 당 대표 겸 총리가 된다.
2010년 6월24일에도 당시 부총리였던 길라드가 ‘당내 쿠데타’를 주도해 러드 총리를 축출하고 자리를 차지했다. 러드는 지난해와 올해 초 두 차례 당 대표에 도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하지만 9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노동당 지지율이 최근 29%까지 떨어지자 분위기가 바뀌면서 복귀에 성공했다.
대중적 인기가 있는 러드가 총리직에 복귀하면서 토니 애벗 대표가 이끄는 연립야당의 압승이 예상되던 9월 호주 총선은 새로운 양상을 맞았다. 선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러드는 8월3일 총선을 주장해 왔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러드가 새 총리에 대해 호의적인 ‘허니문’ 기간에 선거를 치러 승리를 도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드는 “총선을 앞두고 노동당의 역량을 하나로 결집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우리가 힘을 모은다면 반드시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드는 퀸즐랜드 빈농 자녀로 태어나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자동차에서 사는 등 불우한 시절을 보냈다. 각고의 노력으로 호주 최고 명문 호주국립대에 진학해 중국어를 전공했고, 졸업 후 외교관이 돼 스웨덴과 중국 등지에서 근무했다. 총리 재임 당시 국제무대에서 여러 차례 만났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도 각별한 친분 관계가 있었으며 2010년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을 경영하는 백만장자 부인 테레스와의 사이에 세 자녀를 두고 있으며, 사위가 중국인일 정도로 아시아에 대한 거리감이 없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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