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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원 변조수표…은행 눈뜨고 당했다

입력 : 2013-06-26 18:30:16 수정 : 2013-06-26 18: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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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남성이 1억1100만원권 자기앞수표를 100억원권으로 변조한 뒤 현금으로 인출해 달아났다.

엄청난 금액인데도 정교한 변조 앞에서 은행의 감별 능력과 위·변조 방지 장치는 맥 없이 뚫렸다.

◇1억1100만원 자기앞수표가 100억원으로 둔갑

경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2일 오전 11시께 국민은행 수원 정자점에 최영길(61)씨가 찾아와 100억원짜리 위조수표를 제시하고 시중 은행계좌 2곳으로 50억원씩 돈을 분산 이체했다.

최씨는 같은 날부터 14일까지 공범 김규범(47), 김영남(47) 등과 함께 100억원을 서울 명동·연지동 등 은행 창구에서 수십 개의 계좌로 분산 이체했다가 미화 67억원, 엔화 30억원, 현금 3억원으로 전액 인출했다.

최씨 등의 범행은100억원 수표의 주인 대부업자 박모(45)씨가 14일 오후 은행에 진짜 수표를 제시했다가 지급 거절을 당하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26일 용의자 3명을 공개수배하는 한편 해외도피·밀항에 대비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관계기관에 검문검색을 강화하도록 공조수사도 요청했다.

◇은행은 눈뜨고 당했다

최씨 등은 범행에 앞서 1억1100만원 수표를 정상 발급 받은 뒤, 대부업자 박씨로부터 100억원 수표의 일련번호를 알아낸 뒤 액면가와 일련번호 등을 바꾸는 수법으로 수표를 변조했다.

이 같은 변조를 하려면 수표 앞면에 있는 9자리로 된 금액 '111,000,000'을 11자리인 '10,000,000,000'으로, '금 일억천백만원 정'을 '금 백억원 정'으로 고쳐야 한다.

수표 앞면의 모양을 이같이 변조하려면 금액이 인쇄된 부분의 여백 및 글자크기를 변경해야 한다. 한글로 쓴 금액은 먼저 있던 글자수보다 변조 후 글자수가 더 적어 지워진 부분에 자국이 남아있을 가능성도 높다.

또 은행의 수표 일련번호 조회 절차를 통과하기 위해선 자기앞 수표 오른쪽 상단의 일련번호(기호2자리·숫자8자리 조합)와 왼쪽하단의 숫자 8자리 식별번호도 100억원짜리의 것으로 바꿔야 한다.

수표를 발행하는 한국조폐공사는 2006년 5월부터 수표 제작에 화공약품 등을 이용한 금액 변조를 방지하기 위해 약품이 닿으면 얼룩이 생기는 변색용지를 사용하고 있다.

일련번호가 인쇄되는 부분은 용지를 일부러 얇게 제조해 날카로운 도구나 약품에 쉽게 훼손되도록 하고 있으며 금액 단위별로 인쇄색을 다르게 해 저액을 고액으로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수표를 받은 국민은행 수원 정자지점은 육안 및 수표감별기, 일련번호 조회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위조사실을 발견하지 못했고 지점장 결재를 거쳐 100억원짜리 수표로 정상 처리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당시 수차례 확인과정을 거쳤지만 수표 자체는 진본인데다 너무 정교해 위조사실을 알 수 없었다"며 "위조된 수표의 앞뒷면 상태에 대해선 경찰에서 수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같은 위·변조방지 장치에도 불구 이들이 어떻게 수표를 변조했는지를 밝혀내기위해 현재 변조수표 원본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감식을 의뢰한 상태다.

◇현금과 달리 위·변조 식별장치 적은 점 노려

최씨 등은 자기앞수표의 경우 현금과 달리 위·변조 여부를 판별하는 장치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노렸다.

현재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오만원권, 만원권, 오천원권, 천원권에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그림이 나타나는 홀로그램, 오른쪽으로 갈수록 점점 커지는 기번호, 특수제작된 필터를 올려놓으면 나타나는 잠상 등 최대 15종류의 위·변조 방지장치가 있다.

반면 발행 권한이 은행에게 있는 자기앞수표는 색변환잉크 등 단 6종류만 적용된다.

시중 은행들은 필요한 수표를 십만원권처럼 금액이 정해진 '정액 자기앞수표'와 금액 없이 발행한 뒤 은행 자체적으로 금액을 인쇄하는 '비정액 자기앞수표'로 나눠 한국조폐공사에 발행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는 수주받은 수표를 가로 157㎜, 세로 71㎜ 크기 특수제작된 용지에 은행 로고 및 글씨체를 적용해 인쇄한 뒤 공급한다.

이 과정에서 위·변조 방지 장치를 추가하거나 빼는 것은 주문한 은행의 재량이다.

위·변조 방지 장치를 하나 추가하는 데에는 최소 수억원의 돈이 더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조폐공사 관계자는 "계속 재사용하는 은행권과 달리 수표는 수명도 짧고 발행비를 은행에서 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변조 방지 장치가 덜 들어간다"며 "수표의 위·변조 방지 장치 보강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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