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의 외국어 실력은 부러울 정도다. 영어와 프랑스어는 토론이 가능하고, 중국어와 에스파냐어는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영어 실력은 정평이 나 있다. 5월 초 미국 방문 때 30여분간의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검증이 됐다.
박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앞두고 중국어 공부에 열중이라고 한다. 방중기간 각종 행사의 여러 차례 연설 중 최소 1개는 중국어로 말한다는 것이다. 유창하지는 못해도 그 나라 말로 소통하려는 건 그 나라와 국민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표시다. 박 대통령이 중국어로 연설하게 되면 외국 정상 중엔 두 번째다. 중국에서 외교관 생활을 한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가 과거 중국어로 연설한 바 있다.
이 때문인지 중국 정부는 박 대통령을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라고 했다. 중국 언론도 호의적이다. 어려운 시기에 처했을 때 풍우란의 중국철학사를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고, 삼국지의 영웅인 조자룡을 좋아한다는 점을 미담으로 소개할 정도다.
박 대통령의 중국어 연설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 말과 글에 대해 자부심을 보여줘야 할 대통령이 왜 중국어로 연설을 하느냐는 것이다. 과거에도 외국어 연설 예는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김종필 총리는 일본에 가서 모국어로 연설을 하다 답답했던지 통역을 제치고 유창하게 일본어로 연설했다. 일제의 침략을 받았으니 민족 자존심을 내팽개쳤다며 비판을 받았다.
이제 세상은 달라졌다. 글로벌 시대의 외교는 상대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국익도 극대화된다. 북핵 안보위기 앞에서 중국의 힘을 어떻게 이용하느냐는 중요한 과제다. 그런 면에서 대통령의 중국어 연설은 한·중 관계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중국인의 마음을 흔들 화룡점정의 중국말을 생각해야 한다. 대통령의 연설에 기대를 걸게 되는 이유다.
옥영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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