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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人스토리] WK리그 ‘엄마 축구선수’ 홍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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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엄마·아내 1인3역 힘들지만 축구 포기 못해”
아들과 퇴근길 가장 큰 행복
만성 무릎부상에 2013년 7경기 출전
“리그 3연패 이뤄 구단에 보답”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2호 엄마 축구 선수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18개월짜리 아들 심우주와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즐기는 엄마 축구선수 홍경숙.
국내 여자 실업축구(WK) 리그 고양 대교의 중앙 수비수로 활약 중인 홍경숙(29·사진)에게는 ‘엄마 축구선수’라는 타이틀이 따라 다닌다. 물론 국내 1호다. 국가대표를 지낸 홍경숙은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18개월 된 아들 심우주 군의 엄마로서, 축구 선수이자 한 남자의 아내로서 1인3역을 거뜬히 해내는 맹렬 여성이다.

2011년 11월 출산한 홍경숙은 구단의 배려로 팀내에서 유일하게 합숙소 밖 생활을 하고 있다. 축구 선수로 활약하면서 육아와 가사를 일일이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날마다 오전 오후의 팀 훈련과 야간 훈련을 소화하느라 집도 팀 훈련장(경기도 시흥시 대야동) 근처로 옮겼다. 걸어서 5분 거리다. 출근하는 야구 선수 출신의 남편에게 아침상을 차려준 뒤 아들을 어린이 집에 맡기고 오전 훈련에 참가한다. “동료들과 달리 가정생활을 한답시고 훈련을 소홀히 할 수는 없습니다. 부담스러워 더 부지런을 떨게 되더라고요.”

오전 훈련을 마친 뒤 쉬는 시간에 짬을 내 부랴부랴 집에 들러 집안 청소와 빨래 등 허드렛일을 한다고 귀띔한다. 오후 훈련이 끝날 즈음 어린이집에서 훈련장으로 오는 아들은 팀의 마스코트다. 선수들의 품에 안겨 ‘이모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그는 고된 하루 훈련을 마친 뒤 아장아장 걷는 아들의 손을 잡고 퇴근할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단다.

A매치 69경기를 뛴 홍경숙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딴 뒤 2011시즌을 준비하던 2월 임신 소식을 알았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박남열 감독(현 성남 일화 코치)에게 고민을 털어놨더니 오히려 축하를 해줬다. “축구선수가 웬 임신이야”라며 불호령이 떨어질 줄 알았지만 오히려 그것은 기우였다. 구단 관계자에게도 “아이를 낳고 팀에 복귀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더니 구단주인 강영중 대교 회장을 비롯한 구단 관계자들이 흔쾌히 승낙했다. 여자 농구와 배구에서는 전례가 있었지만 체력소모가 엄청난 국내 여자 실업축구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출산과 함께 그라운드 복귀 준비에 들어갔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출산 후 체중은 무려 25㎏이나 불었다. 남들보다 다소 과했다. 모유 수유를 하면 금방 예전 몸으로 돌아간다고 들었건만 넉 달이 지나도 10㎏밖에 빠지지 않았다. 근력 및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며 군살이 하나 없는 지금의 64㎏으로 만들었고, 지난해 7월 팀에 합류해 WK리그에 복귀했다.

18살이던 2002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홍경숙은 올시즌에는 출장시간이 예전보다 줄었다. 지난해 후반기에 팀에 합류한 뒤 15경기를 뛰었지만 올해엔 7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만성적인 무릎부상 탓이다. 90분을 뛴 다음 날엔 반드시 병원에 들러 적외선 치료를 받고, 어떨 때엔 무릎에 찬 물을 빼내곤 한다. 지금까지 한번에 30㏄씩 물을 뺀 횟수는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다. 연골 제거 수술을 받아야 할 지경이지만 자칫 선수생명이 끝날까봐 감히 엄두를 못내고 있다.

그는 올시즌 WK리그 3연패를 노리는 팀 성적이 생각만큼 좋지 않아 벤치를 지키는 게 더 힘들다고 말한다. 2002년 창단, WK리그에서 V3을 이룬 한국 여자축구 최고의 명문 팀인 대교는 21일 현재 6승5무3패로 승점 23을 기록, 현대제철·서울시청(이상 승점 27)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홍경숙은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팀 분위기와 성적도 좋아지고 있어 큰 걱정은 없다. 하지만 결정적인 승부처에는 아픈 몸을 이끌고라도 출전해 반드시 역사적인 리그 3연패를 이루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것이야말로 구단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보답하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주부 선수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해외 원정이다. 아이와 멀리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모정의 그리움이 사무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터키 전지훈련 때에는 매일 집에 전화를 했더니 아이가 핸드폰을 보면 엄마라고 불렀어요. 집에 돌아온 뒤 엄마가 행여나 어디로 또 갈까봐 달라붙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려요.”

이제는 합숙이 많은 대표팀 선수가 되는 것도 싫다는 홍경숙은 “나중에 아들이 크면 엄마가 축구 선수로 활약했던 모습을 꼭 알려주고 싶어요. 그러니까 아들의 힘으로 더 오랫동안 더 열심히 그라운드에서 뛸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시흥=박병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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