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시리즈인 ‘더 울버린’
7월 말 국내 개봉
흥미로운 줄거리에 영상·액션 업그레이드
전편 능가하는 속편에 한국영화 ‘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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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3'는 국내에서 900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해 역대 외화 흥행 TOP2에 올랐다/사진=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코리아. |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5월 한 달 동안 한국영화 점유율은 30.5%에 그쳤다. 2월 82.9%까지 치솟았던 점유율은 4월 39.7%로 곤두박질쳤다. 5월에는 그보다 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이는 2009년 12월(28.9%) 이후 최저치인 데다, ‘어벤져스’(감독 조스 웨던)의 공습으로 주춤했던 지난해 5월 42.3%보다도 무려 11.8%포인트나 감소했다.
특히 할리우드의 시리즈물은 한국 관객들을 극장으로 그러모으는 데 일조했다. 한국 영화 팬들이 할리우드의 시리즈물에 열광하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스크린과 TV 등을 통해 접했던 눈익은 줄거리 때문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들 속편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장대한 영상과 흥미로운 줄거리, 3D·4DX·4K 등의 신기술로 중무장해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1280만여 관객을 동원한 ‘7번방의 선물’(감독 이환경)이나 710만여명을 동원한 ‘베를린’(감독 류승완), 그리고 460만여명을 모은 ‘신세계’(감독 박훈정) 등에 힘입어 “2013년에는 한국영화 관객이 2억명을 돌파하는 것 아니냐”는 희망적인 추측까지 나돌았던 한국영화는 위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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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 다크니스'의 두 주인공 재커리 퀸토(왼쪽)와 크리스 파인/사진=CJ엔터테인먼트 |
2013년 상반기 극장가는 ‘할리우드 시리즈의 습격’으로 점철된다. 길게는 한 달, 짧게는 몇 주 간격으로 할리우드 시리즈물 속편이 잇따라 개봉해 국내 관객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 할리우드 스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의 ‘아이언맨 3’는 4월25일 전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개봉했다. ‘꽃중년’ 아이언맨의 인기는 전편을 능가했고, 폭발적인 흥행 성적에 한국 영화들은 하나둘 무릎을 꿇어야 했다.
2008년 시작된 ‘아이언맨’ 시리즈는 편을 거듭할수록 진화했고 관객의 만족도를 높였다는 평이다. 4월과 5월 합쳐 국내 극장가 박스오피스 1위는 단연 ‘아이언맨3’였다. 영진위에 따르면 이 영화의 총 관객은 약 900만명. 전작들인 ‘아이언맨’(430만), ‘아이언맨2’(450만), 그리고 ‘어벤져스’(707만)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5월22일에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 6번째인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감독 저스틴 린)이, 같은 달 29일에는 인기 SF액션 시리즈 ‘스타트렉 다크니스’(감독 J J 에이브럼스)가 각각 개봉해 국내 관객으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슈퍼맨’ 시리즈의 리부트 버전, ‘맨 오브 스틸’(감독 잭 스나이더)은 13일 개봉해 시리즈물 열풍에 동참했다. ‘배트맨-다크나이트’ 트릴로지를 완성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제작을 맡아 기대를 모은다. 초능력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엑스맨(X맨) 시리즈 스핀오프 격인 ‘더 울버린’(감독 제임스 맨골드)은 7월25일 국내 개봉을 확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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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맨' 시리즈에서 울버린 역할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휴 잭맨/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
‘아이언맨 3’를 수입·배급한 디즈니코리아 장혜조 부장은 “시리즈 영화가 한 번 성공하고 나면 캐릭터들에 대한 관객의 인지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속편을 제작하는 데 수월하다”면서 “할리우드에서도 ‘전편만 한 속편은 없다’는 인식이 있는데, 영화 관계자들은 이 같은 속설을 깨기 위해 전편을 능가하는 흥미요소들을 개발한다”고 시리즈 영화의 흥행요인에 대해 분석했다.
그는 “‘아이언맨3’가 900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던 것은 1∼2편과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한 게 주효했다”면서 “3편에서 슈트가 여러 벌 등장한다든지,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맨몸으로 액션을 펼치는 인간적인 면 등이 매력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1∼3편을 통틀어 한국은 미국을 제외한 ‘인터내셔널 마켓’에서 두 번째로 관객을 많이 모은 성공적인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아이언맨 3’가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영화를 제작한 월트디즈니 본사에서는 “(한국이) 원하는 개봉 시기를 말해달라”고 주문했고, 디즈니코리아는 “전 세계 최초 개봉을 원한다”고 답했다.
‘맨 오브 스틸’ 홍보를 맡고 있는 올댓시네마의 김태주 실장은 “할리우드 시리즈물이 속편을 거듭할수록 국내 관객을 중심으로 ‘팬덤문화’가 형성됐다”면서 “한국 관객은 시리즈물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편이라, 요즘 개봉 전 내한하는 할리우드 스타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내부에서 오래전부터 지적돼온 ‘소재 고갈’에 대한 해법 역시 시리즈물에서 찾을 수 있다. 전 세계 관객에게 이미 친숙한 영웅 캐릭터를 통해 마케팅 포인트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데다, 기술 발전과 함께 영상과 줄거리를 발전시킬 수 있는 매력 때문이다.
이에 할리우드 영화업계는 과거의 이야기로 돌아가는 ‘프리퀄’, 이야기를 새롭게 시작하는 ‘리부트’, 그리고 기존 등장인물이나 상황 중 하나를 떼어내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드는 ‘스핀오프’ 등 다양한 변형과 변주를 통해 시리즈의 인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마블코믹스의 대표 캐릭터들을 결합시킨 ‘어벤져스’의 흥행 역시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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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3일 국내 개봉한 '맨 오브 스틸'의 포스터/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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