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인간극장 지리산 자락에 긴 수염 꽁지머리, 빛바랜 개량한복으로 도인의 풍모를 풍기는 사내가 산을 타고 있다. 험준한 산길을 훠이훠이 내닫는 것이 꼭 날다람쥐 같다. 올해 15년차 심마니 김용락(49)씨다. 지리산 고개를 손바닥 보듯 하는 용락씨지만 산삼을 보는 건 산신령이 도와야 하는 일, 빈손으로 하산하기 일쑤다. 그래도 매일 ‘심봤다’를 외친다. 집에 가면 산삼보다 귀한 19살 연하의 아내 송희진씨와 이제 17개월을 넘긴 딸 벼리가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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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인간극장’은 지리산 심마니 김용락씨의 특별한 가족 이야기를 10일부터 5일간 방송한다. |
젊어서 공장 운영에 상가 분양까지 잘나가는 사업가였던 용락씨는 1997년부터 시작된 외환위기 시절 사기를 당하고 순식간에 억대의 빚쟁이가 됐다. 전처도 그때 떠났다. 죽어야겠다 결심한 순간 TV에서 1억원짜리 산삼을 캤다는 사연을 봤다. 절박한 마음에 심마니가 되었고, 지리산 중턱에 아예 정착한 건 4년 전이다. 희진씨와 결혼한 건 3년 전이다. 부모가 곁에 없어 할머니 밑에서 자란 희진씨의 상처를 아빠처럼 보듬고 채워준 남자가 용락씨였다. 물론 희진씨 가족의 반대가 강했지만 할머니의 응원이 힘이 됐다.
용락씨는 고사리만 한 가득 배낭에 담아 퇴근해도 나쁠 게 없다. 희진씨가 차려낸 고사리 무침은 산삼보다 귀하다. 그런 아내에게 취나물로 꽃다발을 만들어 건네고 직접 채취한 곤달비로 팩을 만들어 아내에게 서비스하는 로맨티스트가 용락씨다. 하지만 외식 메뉴를 두고 스파게티와 국물로 옥신각신하는 세대차도 있다. 얼마 전 용락씨 부부는 설레는 소식을 들었다. 둘째를 가지게 된 것. 그 소식에 고정적인 수입을 만들려고 오미자밭까지 새로 일궜단다.
서로가 있기에 매일 ‘심봤다’를 외치는 특별한 가족. 그들의 이야기엔 어떤 사랑의 비밀이 숨어 있을까. 10일 오전 7시50분부터 닷새간 방송되는 KBS1 인간극장 ‘용락씨 심봤다’ 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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