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정화와 김상경은 각각 유괴로 딸을 잃은 엄마 하경과 ‘그 날의 사고’로 인생이 달라진 형사 청호로 분해 농익은 연기를 보여줬다. 두 연기파 배우의 랑데부가 반갑고, 기존 유괴영화와는 다른 독특한 구조와 탄탄한 시나리오 또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 엄정화·김상경은 인터뷰를 통해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만큼 영화가 ‘잘 빠졌고’, 누구나 보고 공감할 만한 괴물 작품이 나왔다는 확신에서였다.

‘오로라공주’(2005) ‘베스트셀러’(2010)에 이어 세 번째로 미스터리·스릴러 장르에 도전한 엄정화. 마지막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절정의 눈물·절규 연기를 보여준 그는 “관객들을 공감시키는 게 최우선”이었다고 말했다.
“시나리오가 무척 괜찮았어요. 읽으면서, 촬영하면서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을 정도로 구조가 복잡했죠. 정근섭 감독님은 신예지만, 오랜 조감독 생활로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 믿음이 갔고요. 무려 3년간 이 작품에만 몰두했대요. 그래서 그런지 작품 전체를 꿰뚫는 눈이 대단했죠. 감독님, 스태프, 배우들과 대화 많이 나누면서 촬영을 잘 마쳤어요.”
인물간의 감정선, 시간의 구조 등을 활용한 아이디어가 곳곳에 돋보이는 영화였다. 엄정화는 스스로 혼란감을 느꼈다면서도,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게 스릴러의 묘미”라며 웃었다.
“전 원래 ‘호프 스프링즈’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같은 휴먼드라마를 좋아해요. ‘몽타주’는 스릴러이긴 하지만 기존 작품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면이 있죠. 내용을 미리 알려드리면 안 되지만, 그냥 끔찍하기만 한 아동유괴 범죄는 아니에요. 그 안에는 애끓는 모정이 있고, 안타까운 서민들의 생활상이 있죠.”

실제 한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김상경은 “영화 등 작품을 통해 범죄를 배우는 식이 돼서는 안 된다”며 자신의 생각을 단호하게 밝혔다.
2003년 ‘살인의 추억’(감독 봉준호) 이후 10년 만에 경찰복(사실 후줄근한 점퍼)으로 갈아입은 그는 “한국 스릴러 영화들은 시체를 자르고 토막 내고 하는 게 많은데, ‘몽타주’는 그런 끔찍한 장면이 하나도 없어 좋았다”고 출연동기를 설명했다.
“특히 아동 범죄물을 별로 안 좋아해요. 관객들에게, 우리 아이들에게 절대 알려주고 싶지 않은 진실이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는 범죄 이면에 모성과 부정이 깔려 있어요.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정이나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상황들이 가슴 아프게 하죠. 관객들은 그 장면들을 보며 한껏 감정이입을 할 수 있고, 아동 유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줘요.”
완성된 작품을 보고난 뒤에는 ‘(한국영화계에) 만만치 않은 작품이 나왔다. 정근섭 감독은 앞으로 중요한 감독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마지막 엄정화의 절규신에서는 함께 눈물을 훔쳤다. 영화를 두 번, 세 번 봐도 그 장면만큼은 가슴을 후벼판다.
“‘몽타주’는 저 혼자 주연인 영화도 아니고, 참 많은 이야기 장치들과 복선들이 깔려 있는 영화예요. 10년 전 ‘살인의 추억’에 출연한 뒤, 다시 이런 작품 못 만날 것 같았는데 이번에 정말 500% 만족합니다. 관객 모두를 만족시키는 영화가 될 거라 확신해요.”
아동 유괴 범죄와 공소시효를 소재로 한 스릴러 영화 ‘몽타주’는 지난 16일 개봉해 현재 상영 중이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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