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문제학생… 경찰서 들락날락
이종격투기 접하고 인생의 목표 생겨
학교폭력에 멍드는 꽃들이 없길 바라 “사춘기 때 엇나간 생각과 행동이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잘못된’ 과거를 극복하고 스스로 떳떳해지기까지 정말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학창시절 저와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뜻에서 나섰습니다.”
학창시절 문제아에서 ‘노래하는 감성파이터’로 변신해 학교폭력 예방 강사로 나선 종합격투기 ‘로드FC’ 소속 서두원(32·사진) 선수.
그는 “철 없던 제 과거를 반면교사로 삼아 희망찬 꿈을 좇는 청소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1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서 선수를 만났다. 그는 인사를 나누기가 바쁘게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학교폭력 예방 활동에 나선 이유를 털어놨다. 더 이상 학교 폭력으로 멍드는 꽃들이 없기를 바라면서라고.
그는 2010년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노래하는 감성파이터’로 알려진 이후 ‘조직폭력배’라는 단어가 포털사이트 연관 검색어로 오르는 등 혹독한 비난에 시달렸다. 이 때문인지 “그동안 진심이 잘못 전해질까봐 심경을 밝히기가 쉽지 않았다”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훈련시간을 쪼개 김포의 한 중학교를 시작으로 경기도내 각급 학교에서 학교폭력 예방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강의 횟수만도 벌써 10여 차례에 이른다. 중·고교 시절 문제아로서 자신의 경험 등을 토대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가 현실감을 더해 준다. 그가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은 자신의 과거를 잘아는 사람의 소개로 경찰과 만나면서부터다.
“꿈이 있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아야 해요. 친구를 괴롭히는 것보다 친구와 진솔하게 친해질 때 얼마나 많은 장점이 있는지 학생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대화해야 합니다.”
그는 “아이들의 의사표현 방법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배경까지 들여다보려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서 선수는 학창시절 숱한 ‘사고’를 쳐 수차례 징계 끝에 퇴학 처분을 받았다. 경찰서 문을 수없이 드나들었다. 그는 “제가 평생 안고 가야 할 과거”라며 “하지만 학생들이 저와 같은 길을 걷지 않기를, 행복한 삶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이들 앞에 서보자’며 용기를 냈다”고 털어놨다.
사고 ‘유전자’를 바꿔 놓은 것은 운동이었다. 20대 중반이던 2005년 봄. 아무런 꿈도 없이 하루 하루를 보내는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던 터에 이종 격투기인 ‘스피릿 MC’를 접했다. 집에서 가까운 체육관에 털컥 등록부터했다. 중·고교 시절 한 ‘싸움’ 해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술과 담배에 손을 대고 불규칙한 생활을 이어온 터라 운동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아버지의 사업마저 기울면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바람에 마음고생도 심했다. 이에 굴하지 않고 헬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숙식을 해결했다. 오후에는 체육관에서 땀을 흘렸다.
그는 “집안에 위기가 닥친 것이 모두 제가 과거에 잘못 살았던 탓인 것 같아 정말 많이 울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격투기 데뷔전은 우연히 찾아왔다. 20년지기 친구이자 팀 동료인 김지훈(32) 선수가 경기 직전 부상을 당하면서 ‘전국 주짓수대회’에 대신 출전한 것. 운동을 시작한 지 5개월 만이었다. 이 대회에서 자신보다 20㎏가량 무게가 더 나가는 선수들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기적이었다.
“생애 처음으로 땀 흘린 것에 대한 보람을 느꼈고, 성취감을 맛봤습니다. 새로운 운동 목표가 생기게 됐죠.”
그가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2010년 한 예능 프로그램 합창 코너에 출연하면서부터다. 직업이나 외모와는 전혀 딴판인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해 ‘감성파이터’라는 별명도 얻었다. 서 선수는 “지금까지도 여러 프로그램에 섭외가 오지만 무엇보다 훈련이 먼저”라며 “나는 방송인이 아니라 격투기 선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평생을 격투가로 살아가면서 청소년 계도에 앞장서겠다는 각오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 같아요. 스스로 만든 잘못된 과거 때문에 힘들었고, 지금도 제 스스로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 문제도 학생들이 보다 행복한 꿈을 꾸고 노력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격투기에 입문한 지 올해로 8년째인 그의 통산 전적은 9승7패. 그는 “세상에 저보다 강한 사람은 많지만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저를 통해 꿈을 갖게 되는 아이들이 한 명이라도 생겨난다면 얼마든지 도움을 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글 오영탁, 사진 허정호 기자 o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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