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웅규 5단 ●이세돌 9단 바둑을 두면 결과에 대한 경우의 수는 딱 두 가지뿐이다. 이기거나 지거나.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바둑을 두다 보면 패배를 맛볼 수밖에 없다. 패배의 경험은 누구에게나 아프고 쓰라리다. 실수를 허하지 않는 프로들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프로들이 패배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은 어떠한 모습일까.
대국은 초반 이세돌이 우하귀에 거대한 집을 구축할 때까지만 해도 이세돌의 승리가 무난할 걸로 보였다. 바둑의 주도권을 이세돌이 쥐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지나친 방심이 문제였던 걸까. 평소 웬만해서는 물러서지 않는 이세돌 9단이 이번 대국에서는 물러서고 물러서기를 반복했다.
이후 한웅규는 흑집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야금야금 격차를 줄여나가는 데 성공한다. 결국 대국이 정리될 즈음 한웅규는 역전에 성공하게 된다. 이날 바둑TV 해설을 맡은 목진석 프로기사는 이세돌과 한웅규의 대국을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 비유했다. 경기 초반 앞서나가며 승리를 확신했던 토끼(이세돌)가 방심하는 바람에 결국 뒤쫓아오던 거북이(한웅규)에게 패배했다는 것.
형세 판단으로 반집 패를 확인한 이세돌은 210수를 마지막으로 돌을 거둠으로써 불계패를 선언했다. 이세돌 9단은 2003년부터 지금까지 열린 KB리그 경기에서 단 한 번도 반집 패를 허한 적이 없다. 이 말인즉슨, 계가를 하기 전 반집 패로 승부가 확인되면 바둑을 끝까지 두지 않고 돌을 거두었다는 거다. 정확한 사연이야 본인만이 알 테지만, 반집 패만은 당하고 싶지 않은 프로의 쟁쟁한 자존심이 아닐까.
이번 대국을 통해 한웅규는 다시 한 번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하지만 한웅규의 승리는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래고 만다. 한웅규가 속한 정관장 팀이 신안천일염 팀에게 2대 3으로 패배한 것. 이로써 최강이라 평가받던 정관장은 1승 2패를 기록하며 선두 경쟁에서 밀려났다.
정아람 기자 arbam@segye.com
2013 KB국민은행 바둑리그=2003년 바둑드림리그를 모태로 하는 KB리그는 8개 팀에 소속된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는 팀 대항전이다. 한 팀에는 감독 한 명과 1지명부터 5지명까지 다섯 명의 선수가 속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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