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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그린블랫 지음/이혜원 옮김/까치/2만원 |
1417년 겨울, 30대 후반의 한 남자가 독일 남부의 한 수도원 서가에서 옛 필사본 한 권을 발견했다. 당대 고대 유물의 수집가이자 인문학자였던 포조 브라촐리니였다. 교황 요한네스 23세가 구금되는 등 교황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을 때였다. 필사본은 고대 로마의 시인 루크레티우스가 쓴 철학 서사시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였다. 이는 당시 가장 위험한 사상들이 숨어 있는 장시(長詩)로 평가받던 필사본이었다. 포조는 곧 책을 보급했다. 먼저 예술가에 스며들어 보티첼리와 다 빈치에게 영감을 주었다. 마키아벨리도 직접 필사했고 주석을 달았다. 몽테뉴는 이 책의 여백에 자신의 생각을 적어놓음으로써 이 시에 심취했음을 증명했다. 갈릴레오, 프로이트, 다윈, 아인슈타인에게도 큰 영향력을 미쳤다.
그린블랫 교수는 신간 ‘1417년, 근대의 탄생’에서 이 필사본을 소개하면서 중세의 어둠을 깬 르네상스의 탄생 과정을 새롭게 조명한다. 저자는 필사본의 발견은 기독교의 교리에 의해 인간의 사상과 자유가 속박당했던, 교회와 봉건적 지배에 의해서 인민이 착취당했던 암흑의 중세를 마감하고 ‘재생’의 르네상스 태동의 계기가 되었다고 풀이했다.
필사본에는 “우주에는 창조자도 설계자도 없다, 사후 세계는 없다, 우주는 인간을 위해서 혹은 인간을 중심으로 해서 창조된 것이 아니다, 사물은 일탈의 결과로 생겨난다. 일탈은 자유의지의 원천이다” 등 당시로선 불온한 사상과 주장이 넘쳐났다. 이 책은 2012년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과 2011년도 전미국도서상 논픽션 부문에 당선됐다. 1417년 당시 천재들이 이 필사본을 일독하면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사조가 바로 르네상스라고 저자는 풀이한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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