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거든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
걸그룹 ‘시크릿’의 리더 전효성(24)은 지난 1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민주화’ 발언은 순식간에 온라인으로 퍼져 나가면서 파문을 낳았다. 결국 전효성은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하고 적절하지 못한 단어를 사용한 점 반성하고 있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전효성은 개성을 존중하기 때문에 획일화시키지 않는다는 의미로 ‘민주화’라는 표현을 썼다. 요즘 20~30대 사이에서는 민주화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의미를 상징하는 은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교수님이 시험 문제를 어렵게 내 우리를 민주화했다’, ‘직장 상사에게 민주화당했다’는 식이다.
보수적인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는 게시글에 대한 찬반 의견 표시란에 ‘반대’를 의미하는 아이콘 이름이 ‘민주화’다. 전효성은 ‘민주화’ 발언 때문에 ‘일베충’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지난 15일 트위터에 “(전효성의 민주화 발언은) 보수정권 6년 만에 극우적 사유가 암암리에 젊은 세대의 정신세계에까지 침투했음을 보여주는 슬픈 징조”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해 2월 케이블채널 온게임넷의 한 프로그램에서 게임해설가인 김태형씨가 리그오브레전드(LOL)를 방송하던 중 캐릭터가 적진을 휩쓸자 “이거 민주화인데?”라고 했다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씨는 “게임 중 각 라인에서 상대 라인을 이기는 것이 민주화의 의미인 줄 알았다. 부정적인 의미가 있는지 상상도 못했다”며 사과했다.
이은정 기자 ehofkd11@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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