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박해일이 ‘고령화가족’(감독 송해성, 제작 인벤트 스톤, 배급 CJ엔터테인먼트)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출연 동기를 밝혔다.
박해일은 “‘고령화가족’이란 작품에서 제가 한번 해볼 만한 역할을 발견했다. 오인모 캐릭터에 대한 연민도, 애증도 생겼다. 대한민국 성인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느껴봤을 만한 패배의식에 빠져 있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송해성 감독의 ‘파이란’(2001)이 제 뇌리에 깊이 박혀 있다”면서 “송 감독님처럼 사람냄새 진하게 풀어낼 수 있는 분을 좋아한다. 사실적인 연출,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표현해내는 재주가 탁월하다. 억지가 아닌,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역할에 빠져들게 만든다”고 송해성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떠올렸다.
주변 어디에나 꼭 하나쯤은 있을 법한, 일명 ‘콩가루 가족’ 이야기를 담은 영화에서 박해일은 좋은 대학을 나온 엘리트지만 만든 작품마다 실패한 영화감독 오인모 역을 맡아 열연했다.
“원래 제가 출연한 영화 시사회에 가족이나 지인들을 잘 초대하지 않는 편이에요. 그런데 이번 영화는 부모님과 누나, 그리고 30년지기 친구들을 모두 초대했죠. 가족 이야기를 담았고, 누구나 편안한 마음으로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영화니까요. 누나는 영화를 보고나서 진심 어린 장문의 문자를 보내줬고, 친구들은 영화가 삼겹살과 소주를 부른다며 시사회 끝나고 바로 식당으로 몰려갔어요.(웃음)”
천명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고령화가족’에는 유달리 ‘먹방신(먹는 연기)’이 많이 등장한다. 촬영 당시에도 김치찌개, 닭죽, 삼겹살 구이, 피자 등 음식 소품들이 끊이지 않았고, 윤여정 윤제문 박해일 공효진 김영재 등 배우들과 감독·스태프들 사이에도 자연스럽게 ‘식구’란 개념이 생겨났다.
“정말 ‘식구(한집에 함께 살며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라는 게 어떤 건지 느껴지지 않나요? 저희 배우들끼리도 촬영만 끝나면 맛집 찾아다니느라 바빴어요. 같이 어우러져 먹는 신들이 자연스럽게 표현된 것도 그 덕이고요.”
대한민국에서 소위 잘 나가는 배우가 ‘루저’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어땠을까. 오인모는 스스로 ‘인생이 안 풀린다’는 생각에 휩싸여 있는 데다, 많은 스트레스와 부채의식을 지닌 인물이다. 박해일은 “그런 감정에 이끌려 (인물을) 무겁게만 풀어나가면 관객들이 보기에도 난해한 캐릭터가 될 위험성이 컸기 때문에, 적절하게 강약조절을 해나갈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영화의 최고 미덕은 리얼리티”라며 “긴 호흡을 갖고 상대배우들과 자연스러운 가족 느낌을 자아내려고 애썼다”며 연기방향을 설명했다.
‘고령화가족’은 44세 오한모(윤제문 분), 40세 오인모(박해일 분), 35세 오미연(공효진 분) 등 나이는 들만큼 들었는데 나잇값 못하고 사는 세 남매, 그를 무한한 사랑과 ‘삼겹살’로 보듬는 엄마 김남신(윤여정 분)과 되바라진 성격의 사춘기 중학생 민경(진지희 분) 등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9일 개봉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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