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궁체의 대가인 윤백영(1888∼1986) 여사가 조선 말 최고 실력자였던 신정왕후(조대비)의 곁에서 서사상궁으로 일했던 ‘서기 이씨’의 한글 글씨를 평가한 말이다.
지금도 이씨의 글은 현대 궁체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입문서 역할을 한다. 최고의 명필로 불린 이씨지만 대략적인 생애 말고는 알려진 게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씨의 이름이 ‘이담월(李淡月)’이며 1826년(순조 26년)생일 것으로 추정한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8일 경인교대 박병천(사진) 명예교수에 따르면, 한문·한글이 병기돼 1876년 간행된 ‘다라니경’은 한글 필사자를 ‘諺文書寫丙戌生李氏淡月(언문서사병술생이씨담월)’로 밝히고 있다. 박 교수는 기존에 알려진 이씨의 편지와 다라니경의 글씨를 비교해 “문자 획의 방향, 굵기, 길이 등의 표현에서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검증되었다”고 밝혔다.
조선 후기 서기 이씨의 한글편지 글씨. |
이씨는 애환 많은 삶을 살았지만 글씨 하나만으로 당대 최고 권력자인 신정왕후의 총애를 받았다. 조선 왕실에서 공문서 작성, 왕족의 편지 대필 등을 위해 두었던 서사상궁은 정조∼고종 약 120년간 빼어난 궁체를 만들어 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