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만나는 사이. 체체 헤어디자이너와 배우 정겨운의 이야기다. 둘은 최근 매일 새벽 5시 30분이면 얼굴을 마주한다. 드라마 ‘원더풀 마마’ 첫 장면을 촬영하는 정겨운을 위해 컬처앤네이처청담점 부원장 체체 헤어디자이너가 머리 만지는 시간이다.
하루를 시작하는 찰라 마주한 사람. 그 사람이 나를 기분 좋게 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그 사람이 나의 기운을 북돋아 주었으면 더욱 좋겠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누군가를 만나야할 때, 누구나 한번쯤 이런 생각해 봤을 것이다.
# 새벽 5시 30분에 마주하는 사이
체체와 정겨운, 정겨운과 체체는 만나면 기분 좋아지는 사이다. 서로에게 힘이 되는 그들 이야기를 들으러 지난 4월 26일 컬처앤네이처 청담점을 찾았다. 삼푸실과 미용 의자가 한 방에 갖춰져 있는 VIP룸에서 머리를 만지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촬영일정이 촉박했기 때문이다.
배우 정겨운이 미용실에 들어섰다. 여러 스태프들이 반갑게 인사했다. 정겨운은 취재진을 보더니 놀랜 눈치다. 미용실 촬영이 있는 줄 잊어버렸단다. 민방위 훈련 마치고 자다가 그냥 나왔단다. 청바지에 흰 티셔츠만 입었는데 그냥 나왔다는 말이 믿기지 않을 만큼 그는 반짝거렸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스타들은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보면 더 멋진’ 것을 다시 확인했다.

# 황금비율의 자연 미남, ‘장훈남’으로 원더풀하게 변신
키 183cm, 단단해 보이는 체격에 황금비율 몸매의 소유자인 정겨운 ‘자연 미남’이다. 평소 패션에 특별히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입는 스타일. 더 정확히 말하면 슈트나 캐주얼, 어떤 것을 걸쳐도 그냥 완성되는 스타일. 그런 그가 유일하게 욕심내는 아이템이 있으니 바로 신발이다. 그림 그리는 솜씨 또한 제법이다. 촬영장에서 틈나면 스태프들 커리커쳐 그려주고 인정받을 정도의 실력이다.
정겨운: “체체 디자이너는 저보다 한 살 많아요. 친구처럼, 누나처럼 편하게 대해주세요. 남자 머리를 전문으로 하는 디자이너고요. 남자 머리 하는 것을 좋아하고 잘해요. 여러 남자 배우 머리를 해주는데 모두 다르게 하더라고요. 각자 스타일에 맞게 머리를 해주시는 거죠. 그래서 더더욱 맘에 들어요.”
# 남자 머리 잘하는 체체 & 스태프에게 인기 최고 정겨운
체체 디자이너: “배우 정겨운은 저를 비롯한 스태프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스태프들을 일하는 사람으로만 대해주지 않고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 주지요. 회식도 같이 하고 송년회도 같이 했어요. 머리 하는 게 일이지만, 일 이상으로 스태프들을 챙겨주니 더 잘 해주고 싶죠. 스태프들도 겨운이가 미용실에 오면 얼굴 보고 싶어 올라와 인사해요. 모든 배우에게 그렇게 하지는 않거든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태프들이 좋아서 그러는 거죠. 겨운이 머리를 만질 때는 일하는 것 같지 않고 즐겁고 기분 좋아져요. 배우 정겨운은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정겨운: “너무 편하게 대하죠. 그래서 가끔은 “네가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하고 핀잔을 주죠. 그래도 친오빠한테 하듯 허물없이 대하더라고요. 처음 헤어 디자이너를 정할 때 세 군데를 다녀볼 예정이었어요. 처음 이곳을 들렀는데 체체 디자이너가 맘에 들어서 다른 곳 가지 않고 바로 결정했습니다. 저의 장단점을 정확히 분석해주셨거든요.”

# 이 남자 정겨운, 옆머리를 짧으면 NO
체체 디자이너: “겨운 씨는 어떤 스타일도 다 잘 소화하는데요. 옆머리를 짧게 자르면 얼굴을 살려 주지 못해요. 그런 점을 고려해서 옆머리를 짧게 할 때도 최대한 길이를 두면서 스타일을 냅니다.
드라마 ‘원더풀 마마’ 초반에는 엘리트 훈남 이미지가 강해서 리젠트 스타일로 앞머리를 올렸고요. 7회부터는 캐주얼한 캐릭터가 추가돼 머리 스타일도 스왈로펌 느낌 나도록 단정하지만 거친 느낌을 주고 있죠. 군데군데 머리 가닥을 꼬아줍니다. 겨운 씨는 앞머리를 올려도 내려도 다 잘 어울려요.”
정겨운: “올 때마다 비슷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르게 합니다. 머리를 마무리하고 맘에 드는지 꼭 물어보고요. 그리고 말합니다. “오늘 정말 멋지다. 네가 최고다”라고. 다른 배우들에게 그럴지도 모르겠지만요.(웃음) 지난주 방송에서 표정 연기가 다양해서 좋았다며 모니터해주고, 주위 반응도 알려줍니다. 개인적으로도 장훈남 캐릭터도 맘에 들고 헤어스타일도 맘에 들어요.”
# ‘원더풀 마마’ 모니터링 모든 스태프 필수
체체 디자이너: ‘원더풀 마마’ 방영될 때는 주말이라 바빠서 본방송을 보지 못해요. 다시보기 정액권을 구입해서 쉬는 날 꼼꼼히 봅니다. 헤어스타일이 잘 어울리는 지, 보충할 부분은 무엇인지를 살피죠. 스태프 모두가 방송 모니터링을 합니다. 자연스레 연기도 보게 되고 주위 반응도 챙겨서 전달하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인터뷰 도중에 체체 디자이너는 정겨운의 머리 스타일을 순식간에 완성했다. 생머리 커트에서 약간의 거친 웨이브 있는 헤어스타일로 완성됐다. 자유롭게 꼬아서 뻗치는 느낌을 손가락과 롤빗 손잡이로 빠르게 스타일링했다. 왼손에 드라이기를 들고 말이다. 빠르고 자신감이 넘치는 디자이너의 손은 정겨운이 의자에 앉은 지 10여 분만에 ‘장훈남’ 표 헤어스타일로 변신했다. 예술과 기술 사이를 오가는 그의 작업은 한 편의 마술을 보는 듯했다.

# 무게감 있는 자연스러운 스타일이 트렌드
체체 디자이너: “가벼운 스타일보다는 클래식한 헤어스타일이 요즘 트렌드입니다. 무게감과 동시에 자연스러운 멋을 연출하려 합니다. 왁스를 이용해 고정하면 반짝여서 인위적인 느낌이 나거든요. 그래서 생머리에 스프레이를 뿌려 군데군데 한 가닥이 꼬아 줍니다. 스왈로펌을 해서 스타일을 만들 수도 있지만 파마하지 않고 스프레이를 뿌려 연출하면 반짝임이 없이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만들 수 있어요. 머리카락 색은 웜브라운이에요.”
# “고마운 팬에게 좋은 기억 선물하고 싶다”
정겨운: “자연스러운 헤어스타일이 저도 좋아요. 저를 아껴주시는 모든 팬에게 작은 것이라도 기억에 남도록 챙겨주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일본에 ‘겨운스 패러다이스’라는 팬클럽이 있는 변함없이 저를 응원주셔서 늘 고마운 마음입니다. 일 년에 한 번씩은 팬 미팅을 하고 싶고, 대만 팬들도 조금씩 늘어가는 것 같아요. 팬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어느새 드라마 촬영지로 떠나야 할 시간. 체체 디자이너가 사진 촬영이 떨린다며 쑥스러워했다. 촬영에 익숙하지 않은 체체 디자이너를 위해 정겨운은 포즈를 조언했다. 오늘 체체 디자이너의 헤어스타일과 의상도 정겨운의 의견을 전적으로 반영한 것. 머리할 때는 체체 디자이너의 의견을 존중하고, 사진 촬영할 때는 정겨운의 조언을 들어주는 둘은 그렇게 돕고 끌어주는 사이였다.
함께 있으면 힘이 되고, 같이 하면 시너지가 되는 관계, 체체와 정겨운은 그런 사이였다.
김성숙 기자 e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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