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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신문활용교육)] 늘어난 ‘감정 노동’… 사물화된 인간 문제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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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4-28 17:56:44 수정 : 2013-04-28 17:5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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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뿐 아니라 감정까지 서비스
업체들 이익위한 요구 더욱 늘어
정신·육체적 위험상태 빠지기도
소비자 비용지불했다는 인식 탓
편익 제공 도구적 존재로 여겨
역지사지로 서로 입장 배려해야
■기출문제

제시문 〈1〉의 논지를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2〉를 해설하시오.

〈2008학년도 고려대 수시 논술 문제 변형〉

〈1〉

최근에 은행업과 보험업, 관광업, 레저 산업과 같은 서비스 분야의 직업이 증가함에 따라 ‘감정노동’에 관련된 사람들의 수도 현저히 늘고 있다. 그런데 감정노동은 특정한 범주의 직업에만 한정되지 않으며 공적·사적 생활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중략…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없는 아동이나 노인, 장애인, 병자를 돌보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 역시 육체노동뿐 아니라 감정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그들은 규범적이고 윤리적인 측면을 포함한 사회관계 속에서 노동을 한다. 그들은 사회가 일반적으로 그 직업에 기대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특정한 얼굴 표정과 육체적 표현을 만들 수 있도록 자신의 감정을 관리한다.

감정노동 종사자들의 임무는 고객들이 요구하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그들이 편안함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업무 속에서 그들은 고객들에게 짜증을 내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부딪히게 된다.

표면연기는 이 딜레마에 대처하는 한 가지 방식이다. 그러나 표면연기가 위선적이며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 방법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래서 노련한 직업인들은 표면연기 대신 내면연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간호사들은 무례하고 공격적인 환자를 다룰 때 그 환자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 있는 이유를 생각해내려고 애쓰고, 화를 내기보다는 스스로 미안한 감정을 가지려 한다. 그러나 그런 대처 방식도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진정한 자기감정으로부터 유리되는 현상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정 직업이 몸에 가하는 스트레스는 특정한 감정과 육체적 상태를 요구하는 업무 때문에 더욱 심화된다. 자신의 행위가 자아 개념과 모순된다고 인식될 때 스트레스 수준은 높아진다. 자신의 욕구를 부정하면서 언제나 다른 사람들의 욕구에 우선적으로 부응해야 할 때 몸은 견딜 수 있는 이상으로 가해지는 긴장에 대해 무의식적인 저항을 드러낼 수 있다. 감정노동 종사자들에게 기대하는 감정노동의 양이 증가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이런 위험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2〉

사무원

이른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그는 의자 고행을 했다고 한다.

제일 먼저 출근하여 제일 늦게 퇴근할 때까지

그는 자기 책상 자기 의자에만 앉아 있었으므로

사람들은 그가 서 있는 모습을 여간해서는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중략…

그의 통장으로는 매달 적은 대로 시주가 들어왔고

시주는 채워지기 무섭게 속가의 살림에 흔적없이 스며들었으나

혹시 남는지 역시 모자라는지 한번도 거들떠보지 않았다고 한다.

오로지 의자 고행에만 더욱 용맹정진했다고 한다.

그의 책상 아래에는 여전히 다리가 여섯이었고

둘은 그의 다리 넷은 의자다리였지만

어느 둘이 그의 다리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한다.

〈보기〉

최근 한 대기업 상무가 항공기 내에서 승무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해 국제적 망신을 산 사실이 알려지면서 ‘감정노동자’인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인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비스업 성장과 함께 감정노동자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서비스업 종사자는 서비스업 성장에 따라 10여년 전에 비해 44.8% 증가했다. 사업체수는 2001년 201만5000개에서 2011년 248만7000개로, 종사자는 같은 기간 648만2000명에서 938만2000명으로 각각 늘었다. 국민 5명 중 1명이 서비스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중략…

김태흥 감정노동연구소장은 “‘손님은 왕이다’라는 한국 특유의 사고방식에 물질만능주의가 결합하면서 돈을 내는 사람은 종업원들을 아무렇게 대해도 된다는 생각이 사회에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후략…

〈4월22일자 세계일보〉

앨리 러셀 혹실드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교수(사회학)가 1983년 ‘감정노동(The Managed Heart)’이라는 저서를 통해 처음 언급한 개념으로, 실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는 무관하게 정형화된 행위나 감정으로 고객을 대해야 하는 노동을 뜻한다. 은행원과 승무원, 전화상담원, 골프장 캐디 등 직접 고객을 응대하면서 자신의 감정은 드러내지 않고 서비스해야 하는 직업 종사자들이 감정노동자에 해당된다.

2008 고려대 수시 논술 문제의 핵심주제는 감정노동이다. 5년 전 출제된 문제이지만 〈보기〉의 기사처럼 우리 사회에서 감정노동 종사자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한 문제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감정노동의 문제를 다시 한 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불쾌한 일을 겪어도 친절한 말투와 밝은 표정을 지어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다. 사진은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직원들이 고객에게 인사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노동에 의해 사물화된 인간


문제의 요구조건은 제시문〈1〉의 핵심내용을 요약하고, 요약한 내용을 바탕으로 〈2〉의 시를 해석하는 것이다. 〈1〉의 내용을 요약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답안 전체의 분량을 고려하여 핵심내용을 정리해야 한다. 요약이 서툰 학생들은 앞부분의 내용은 지나치게 자세히 서술하고 뒷부분의 내용은 분량 부담 때문에 간략하게 서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글의 전체적 균형을 고려했을 때 바람직하지 않다.

〈1〉은 감정노동 종사자들이 노동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까지 함께 서비스해야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감정노동 종사자들은 자신의 본래 감정을 위장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노동에 필요한 감정을 내면화하면서 본래의 자기 감정까지도 상실하게 된다. 이러한 감정노동은 노동현장뿐 니라 일상의 삶까지 확장되고 결국 감정노동 종사자들은 정신적·육체적으로 위험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2〉에 나타난 시에서 사무원의 일상은 승려들의 고행으로 묘사된다. 그는 매일같이 괴로운 노동을 수행하고 있으며 윗사람들에게 굽신대는 감정노동을 해야 하고, 그나마 해고를 당하지 않고 감정노동이라도 하면서 회사를 계속 다니고 있는 것을 감사히 여기고 있다. 마지막 부분에 의자 다리와 그의 다리가 구별되지 못한 것은 그가 노동에 의해 사물화되었기 때문이다.

〈보기〉의 기사에 나타난 항공승무원 역시 감정노동이 요구되는 노동자이다.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운송을 통해 이윤을 추구한다. 그러나 항공사의 기본적인 목적인 ‘운송’의 차이는 거의 없다. 따라서 항공사들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으로 친절한 서비스나 안전 등과 같은 이미지를 내세운다. 기내에서 승객을 직접 응대하는 승무원은 항공사의 이미지를 직접 보여주기 때문에 이들의 행동이나 고객 서비스에 대해 항공사는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승무원들에게는 과도한 감정노동이 요구된다. 기사의 사건처럼 승객이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되고, 모욕감을 주는 행동을 하더라도 직접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가 어떤 감정으로 고객을 응대했는지가 모두 인사에 반영되어 회사생활이나 승진에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정노동 종사자들은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장서연 강남인강 인문논술강사, ㈜C&A논술 연구소장
◆역지사지의 정신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대부분 감정노동을 경험하게 된다. 사회구조의 변화로 사적영역으로 인식되었던 돌봄이 상품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상품으로 거래되던 대상이라고 여기지 않았던 돌봄의 영역이 상품화되면서 서비스를 제공받는 소비자들은 이제 돌봄의 주체에 대해 감사함과 같은 인간적 감정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소비자들은 돌봄이나 서비스에 대해 비용을 지불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종사자들에 대해 자신의 비용만큼 편익을 제공해야 하는 도구적 존재라고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사고가 심화되면 상대방의 호의에 대해 불신하고, 올바른 인간관계 형성이 불가능한 사회가 된다.

아무리 사회구조가 변화하고 상품으로 모든 것이 거래되는 사회라 할지라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다. 나도 상대방도 모두 사람으로서 서로에게 지켜야 할 인간적인 예의가 필요하다. 역지사지의 태도로 상대방의 상황과 처지를 이해할 수 있다면 감정노동 종사자들의 어려움도 줄어들지 않을까?

장서연 강남인강 인문논술강사, ㈜C&A논술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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