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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자들의 칼날 ‘자본의 탐욕’을 베다

입력 : 2013-04-04 22:54:57 수정 : 2013-04-04 22:5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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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극단 연극 ‘칼잡이’
강철수 화백 20년 만의 신작 희곡, 재래시장 횟집 배경 사람냄새 물씬
재벌 횡포·청년 실업·세대 갈등… 현대사회 문제 유쾌하게 꼬집어
인기 만화 ‘발바리의 추억’으로 유명한 강철수 화백의 신작 희곡이 무대에 오른다. 1991년 ‘돈아 돈아 돈아’ 이후 20여년 만이다.

서울시극단(단장 김혜련)은 12∼28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강 화백의 연극 ‘칼잡이’를 공연한다. 시나리오·드라마·희곡 작가이기도 한 강 화백은 1980년대 청춘문화의 아이콘이었다. 그의 대표작 ‘발바리의 추억’은 만화로 인기를 누리면서도 영화와 연극으로 만들어져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 ‘호랑이 선생님’으로 당대 최고 흥행몰이를 하던 작가 강철수가 20년 만에 꺼낸 화두는 청년실업과 신·구 세대 갈등이다.

‘칼잡이’는 재래시장을 배경으로 한 휴먼드라마다. 영세한 음식점이 즐비한 시장통 일상과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담아낸다. 취업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신세대와 이를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갈등을 사장과 직원 관계로 유쾌하고도 덤덤하게 풀어낸다. 동명 원작은 2012년 제2회 자랑스러운 한국인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프롤로그를 통해 기획의도를 내비친다.

‘칼잡이’는 재래시장 횟집을 배경으로 신·구 세대의 갈등을 풀어낸 유쾌한 풍속극이다.
“많은 이들이 개탄한다. 고생을 모르고 자란 세대들이 그릇된 가치관으로 시대 탓만 한다고. 그러한 젊은이를 꾸짖어 바른 길로 이끄는 어른다운 어른이 없다고 탄식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세상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상을 받을 만한 어른이 있다. 음지에서 묵묵히 내공을 쌓으며 열정을 불태우는 젊은이도 많다. 이것은 그들의 이야기다.”

횟집을 운영하는 ‘칼잡이’ 오익달에게 아르바이트생 채병욱이 찾아오면서 극이 시작된다. 회 뜨는 실력으로 명성이 자자한 익달은 성실근면한 병욱을 훈련해 최고의 칼잡이로 키우려 한다. 대형 쇼핑몰 건설 계획으로 재래시장이 해체될 위기에 처하자 익달과 병욱은 시장 상인들을 결집시켜 낡고 불편한 구닥다리 재래시장을 깨끗하고 친절한 시장으로 탈바꿈시킨다. 당뇨 때문에 건강이 악화된 익달은 병욱에게 횟집을 물려주고 서슴없이 요양소로 들어간다.

극은 무협지의 도제수련 테마와 서부영화의 고독한 총잡이 테마가 결합한 낭만적 영웅주의에 기대고 있지만 복수의 결기는 심각한 취업난으로, 절대 악의 응징은 소상인들의 협동단결로 수렴되고 있다. 익달의 가족애가 혈족의 경계를 넘어 보편적 인간애로 승화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고생해서 모은 재산을 주변인들에게 습관적으로 넘겨주는 익달의 헌신은 탈법을 마다하지 않고 축재와 상속에 혈안이 된 우리 사회 부자들의 행태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흘린 땀만큼 벌고, 번 것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그가 체득한 경제학이고 그가 실천하는 윤리학이다.

대기업 쇼핑몰 건설에 맞서 시장 상인들이 보여주는 혁신의 몸부림은 처절하고 안쓰럽다. 그래서 서민의 삶을 융단 폭격하는 재벌의 사악한 탐욕이 소상인들의 단결에 의해 철회되는 장면은 실로 감동적이고 짜릿하다. 날이 바짝 선 거대 자본의 칼은 무섭고 흉악하지만 시장 상인들이 온몸으로 벼른 상생의 칼은 그보다 더 크고 위대하다. 칼은 다른 칼을 칼집 속에 가두어 두는 법이다. 상인들이 저마다 가슴속에 품은 칼은 돈의 논리와 자본의 폭력을 이겨낸다. 그런 의미에서 상인들은 모두 하나같이 진정한 ‘칼잡이’들이다.

취객들로 왁자지껄한 횟집의 풍경이나 우스꽝스럽고도 분주한 경찰서 장면, 주방장 할머니와 지니가 펼치는 앙숙 앙상블 등 연출자가 횟감으로 준비한 극의 맛난 대목들이 비수처럼 관객의 배꼽을 겨눈다.

연출을 맡은 위성신은 ‘그대를 사랑합니다’ ‘염쟁이 유씨’ ‘늙은 부부 이야기’ ‘락시터’ ‘당신만이’ 등의 레퍼토리로 대학로에서 수년째 지치지 않고 매진을 이어가며 흥행대박을 터뜨려 온 인기 연출가다. 그는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 읽기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극에 녹여내고 있다. 자신이 직접 대본을 쓰거나 연출했던 작품들이 서민의 어렵고 힘든 일상을 다루면서도 유쾌한 이유에 대해 “그래도 세상이 살 만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창직(오익달)·이병권(채병욱)·강지은(밍티엔)·최나라(지니) 등이 열연한다.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2시·6시, 일요일 오후 2시. 월요일은 공연이 없다. (02)399-1114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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