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공감할 수 있었던 캐릭터” 영화 ‘연애의 온도’에 출연한 배우 이민기(사진)에게는 ‘미워할 수 없는 악동’의 이미지가 있다. 처음에는 낯을 가리는 것처럼 조심스럽지만 곧 슬금슬금 장난을 걸어온다.
조용하지만 유쾌하고, 얄밉지만 싫지 않은 캐릭터의 이민기는 ‘연애의 온도’를 통해 “내가 가장 공감할 수 있었던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말했다. 20대 후반의 은행원 동희로 분한 이민기는 직장 동료 장영(김민희 분)과 연애와 이별을 반복하며 남자가 어디까지 지질해질 수 있는지, 얼마나 만용을 부릴 수 있는지를 몸소 선보였다.

이번 영화에서 이민기는 두 명의 누나와 호흡을 맞췄다. 여배우 김민희와 여성 감독 노덕. 서로 친해지기 위해 촬영 전부터 자주 만난 세 사람은 촬영장에서는 연기자와 감독으로, 술자리에서는 친구처럼 호흡을 맞췄다.
“김민희 누나가 분한 장영과 제 역할인 동희는 동갑내기예요. 그래서 현실이든 영화든 친구처럼 지내려고 했어요. 반면 노덕 감독은 누나보다 감독이라는 위치에 더 집중했죠. 물론 술자리에서 취기가 오르면 전 감독님을 ‘누나’라고 불렀고, 감독님은 저를 ‘민기야’라고 불렀어요. 다음날 촬영장에 복귀하면 다시 ‘감독님’과 ‘민기씨’가 됐지만요.”
이런 세 사람의 친밀함으로 완성된 베드신은 배우들의 노출이 심하지 않았음에도 은근한 관능미로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에 대해 이민기는 “은근히 야하다는 평가에 기분이 좋았다”며 웃었다.
“감독님이 저와 김민희 누나의 모습을 가까이 잡으셨어요. 덕분에 두 남녀가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고 진솔하게 담았다고 생각해요. 화면은 예쁘게 표현됐지만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사도 상당히 현실적이에요. 그래도 현실 속 연인이었다면 저런 상황에서 말없이 서로에게 집중했겠죠.”
고등학생 때 좋아했던 스타 김민희와 함께 사내 연애의 달콤함을 맛봤지만 이민기는 실제 사내 연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편이다. 그는 “연예계에 발을 들인 후 내게 신념이 있다면 ‘사내 연애는 웬만하면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감정 조절이 제 마음대로 안 된다는 거예요. 지금은 현실적으로 ‘안돼!’라고 생각하지만 훗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어쩔 수 없을 것 같아요.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연예인이니까 동희처럼 사고를 치면 안 되겠죠?”
글 박민경, 사진 김경호 세계닷컴 기자 minkyu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