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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112 통화 중' 줄이기 경찰의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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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4-01 17:23:50 수정 : 2013-04-01 17: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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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신고전화가 통화 중이라뇨? 과거 수치로 경찰을 매도하시면 안 되죠.”

30일자 세계일보 1면에 ‘엽기살인마 오원춘 사건 1년…112는 여전히 ‘통화 중’’이라는 기사가 나가자 경찰의 항의가 빗발쳤다. 

오영탁 사회부 기자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112 신고전화 4건 중 1건 이상이 통화 중”이라는 내용이 잘못됐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28.3%에 달하던 통화대기 비율이 올 1월에는 0.43%로 뚝 떨어졌다”고 투덜거렸다. 갑자기 통화대기율이 0%대로 떨어졌다는 설명에 의구심이 들었다.

이 관계자는 통화대기율이 떨어진 이유를 묻자 머뭇거리면서 “대기전화를 구분하는 기준을 바꿨다”고 털어놨다.

지난해까지는 1초 이상 ‘통화 중’으로 연결되면 대기전화로 분류했지만 올 들어 10초 이상으로 기준을 바꿨다는 것이다. 10초 이내에 끊기는 전화는 장난전화이거나 잘못 걸린 전화일 가능성이 크다는게 그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신고전화를 건 사람에게 1초는 생사를 결정하는 시간일 수도 있다. 30%에 달하는 112신고 통화대기율을 낮추기 위해 통계 기준을 바꾸는 ‘꼼수’를 두었다는 시선을 거두기 어려운 이유다.

경찰은 연내에 112신고 중 끊긴 전화에 다시 전화를 걸어 상황을 확인하는 ‘콜백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10초 이내에 끊긴 전화는 집계조차 안 돼 이마저도 반쪽짜리로 전락할 우려를 낳고 있다.

1년 전 엽기살인마 오원춘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찰은 피해자의 신고전화를 받고도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해 공분을 샀다.

피해자의 신고는 “살려 달라”는 외마디뿐이었다. 긴급전화의 중요도는 이처럼 통화대기 시간의 길고 짧음으로 따질 수 있는 게 아니다.

경찰은 아무리 짧은 신고 전화라도 놓치지 않고 확인하겠다는 각오로 시스템을 운영해야 제2의 오원춘 사건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을 소홀히 넘겨서는 안 된다.

오영탁 사회부 기자 o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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