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기업들 소송제기 검토
WP “러 외교 실패” 지적 키프로스 정부는 뱅크런(예금대량인출사태)을 막기 위해 국외 송금 중지 등을 골자로 한 자본통제 방안을 마련했다.
키프로스 정부는 무역대금 결제를 제외한 일체의 국외 송금을 금지하고, 외국으로 여행할 때 가져갈 수 있는 현금의 한도를 1회 3000유로로 정한 것을 골자로 한 ‘자본통제’ 방안을 마련했다고 그리스 일간지 카티메리니 키프로스판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학생의 인출 한도는 분기별 1만유로로, 외국에서 쓸 수 있는 신용카드 한도도 한달에 5000유로로 각각 묶었다. 이 자본 통제 규정은 현금 사용과 상관 없이 모든 은행의 계좌와 대금 지불, 계좌 이체에 해당한다고 카티메리니는 덧붙였다.
키프로스가 이 같은 자본 통제를 단행하면 300억유로를 예치한 러시아 예금주들이 크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러시아 기업들은 키프로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러시아 정부가 대신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 키프로스 구제금융이 러시아의 지정학적 외교 실패 사례라고 보도했다. 동유럽에 러시아 의존도를 높여 서유럽을 견제하던 과거 냉전시대 방식이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됐다고도 지적했다.
WP에 따르면 키프로스는 유럽연합(EU)과 구제금융 협상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러시아와 물밑 교섭을 진행했다. 러시아가 키프로스에 자금을 더 많이 투입할수록 EU와 협상에서 구조조정 강도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협상 마감 시한까지 추가 자금지원에 대한 답을 주지 못했고, 키프로스는 EU 채권단과 혹독한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한 구제금융안에 합의했다. WP는 키프로스의 결정은 러시아를 떠나 유럽 편에 서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정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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